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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종 교수 "힘들어서 못하겠다. 날 흔드는 세력이 많다"

'아덴만의 영웅'으로 불리며 국내 중증외상 분야의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이국종 교수가 부담감과 고충을 토로했다.

인사이트연합뉴스


[인사이트] 배다현 기자 = '아덴만의 영웅'으로 불리며 국내 중증외상 분야의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이국종 교수가 부담감과 고충을 토로했다.


15일 아주대병원 이국종 교수는 총상을 입고 귀순한 북한군 병사를 지난 13일과 이날 2차례에 걸쳐 수술한 결과와 환자 상태를 언론에 설명했다.


그런데 이날 눈길을 끈 것은 브리핑 이후 "이제는 더 이상 힘들어서 (외상센터를) 못하겠다. 여기저기서 흔드는 세력이 많다"라고 말한 그의 인터뷰였다.


그는 현재 주말에도 집에 가지 못한 채 병원 간이침대에서 잠을 자고 있으며, 귀순 병사를 수술한 13일과 15일 사이에도 공사장 쇠파이프에 깔린 근로자를 헬기로 이송해 와 수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이트연합뉴스


이국종 교수는 현재 아주대학교병원 외상외과장, 권역외상센터장 등을 겸임하고 있으며 국내 중증외상 분야의 최고 권위자로 꼽힌다.


그가 유명세를 탄 것은 2011년 우리 군이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된 인질을 구출했던 '아덴만 작전' 당시 총상을 입은 석해균 선장을 살려내면서부터다.


당시 이국종 교수는 '아덴만의 영웅'으로 불리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이를 기회삼아 줄기차게 우리나라 외상환자 진료 실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 덕에 이듬해 이른바 '이국종법'으로 불리는 응급의료법 개정안이 통과되고 전국에 권역별 외상센터가 만들어졌다. 


인사이트연합뉴스


그러나 그의 헌신과 명예로운 이력에 비해 돌아오는 대우는 그리 높지 않았다.


이국종 교수가 유명세를 탄 후 병원에 중증외상환자가 많아질수록 적자는 늘어났고, 그는 골칫덩이 취급을 받았다. 


또 주변에서는 그를 노골적으로 견제하거나 해임하려는 시도가 이어졌고, '이국종이 쇼맨십을 앞세워 언론플레이를 한다'는 비난까지 들끓었다. 


그는 올해 9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시끄럽다고 나만 없으면 '에브리바디 해피'한데 자꾸 시끄럽게 한다"며 "모두 자신을 싫어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인사이트JTBC '말하는대로'


이 교수는 자신을 가리켜 '쓰레기'라고 말하는가 하면, "그냥 일이라고 생각하고 하는 것"이라며 "생명을 살리네 어쩌네 하는 생각을 하고 있으면 오히려 이 일을 하루도 못 한다"며 자괴감을 드러냈다.


그런 생각으로 일을 하면 "'내가 이렇게 위대한 일을 하는데 세상이 나한테 왜 이러지?'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교수가 환자 헬기에 동승하는 일에는 어떤 성과급도 지급되지 않는 데다 그는 '의료보험 적자 난다'며 월급이 깎이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과도한 업무량과 스트레스는 이 교수의 건강까지 망쳐놨다. 이 교수는 현재 왼쪽 눈 시력을 거의 잃은 상태다. 환자를 이송하다 어깨와 무릎도 부러졌다.


인사이트JTBC '말하는대로'


지난 10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우리 사회의 이 같은 '영웅 만들기'를 비판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글은 '헌신적인 의사의 인생은 포장되어 의료계를 망친다'라는 제목으로 외과의사들에 대한 제대로 된 보상도 없이 이국종 같은 영웅이 되기를 강요하는 사회를 비판했다. 


글쓴이는 일상생활이나 자신의 건강을 제대로 유지할 수 없는 이국종 교수의 상황을 설명하며 "그가 이미 한계를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그는 "교수 월급이 뻔하고 외상센터가 돈 벌어다 주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이국종 교수가 받는 월급은 일반의가 미용의료 3년 정도 경력 쌓고 버는 돈과 차이가 없을 거다"라고 말했다.


인사이트EBS '명의 3.0'


이어 "외상외과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고 힘든 일을 하는 외상외과 의사 및 의료인들에게 금전적 보상을 통래 가치를 인정해줘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외과의사에 대한 경제적인 보상 수준이 박하기 때문에 이국종 교수와 같은 상위 1%의 사명감을 가진 의사가 아니면 자신을 희생해가며 일할 이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이국종 교수 같은 상위 1%의 사명감을 가진 의사 1명보다 10%의 사명감을 가진 의사 10명이 더 많은 환자를 구할 수 있다"며 "영웅 이국종 대신 수많은 평범한 의사 이국종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야만 외로운 길을 가는 이국종 교수 옆을 채워줄 동료들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자신 희생해가며 많은 생명 살려낸 이국종 교수의 건강 상태공동경비구역(JSA)를 통해 귀순한 북한군 병사를 치료 중인 이국종 교수의 건강 상태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국종 교수 "JSA 귀순 병사 몸에서 기생충 수십 마리 발견"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으로 총상을 입은 채 귀순해 사경을 헤매는 북한군 병사를 살리기 위한 수술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 병사의 몸에서 기생충 수십 마리가 발견돼 북한군의 열악한 생활 실태가 짐작된다.


배다현 기자 dahyeon@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