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5월 12일(화)

"나중에 천국에서 다시 만나"... 10년간 어르신 미용 봉사한 70대 여성 2명에 '새 삶' 선물하고 떠나

평생 교회와 지역사회를 위해 헌신해온 76세 여성이 뇌사 장기기증을 통해 두 명의 환자에게 새로운 삶을 선물했다.


12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김용분(76)씨가 지난 3월 6일 이대서울병원에서 간과 신장을 기증했다고 발표했다.


김씨는 1월 27일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쓰러진 후 의식을 되찾지 못한 채 뇌사 판정을 받았다. 유가족은 고인의 생전 의지를 존중해 장기기증을 결정했다.


기증자 김용분씨. /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서울에서 6남매 중 첫째 딸로 태어난 김씨는 집안 형편이 어려워 일찍 학업을 포기하고 생계에 나섰다. 20대 중반 오지환 목사와 결혼해 3남매를 두었으며, 남편이 개척교회를 세워 25년간 목회할 동안 든든한 뒷받침 역할을 했다.


오 목사는 아내와 평소 "우리가 세상을 떠날 때 병든 사람들을 살리는 게 좋지 않겠느냐"며 생명 나눔에 대해 자주 대화했다고 전했다.


그는 "한 생명이 천하보다 귀하다고 여기던 아내였다"며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고 싶어 했던 아내의 마음을 따르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생전에도 나눔을 실천하는 삶을 살았다. 미용 기술을 익혀 약 10년간 어르신들을 위한 미용 봉사를 펼쳤고,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해 이웃들을 돌보는 일에도 적극 참여했다.


김용분씨와 남편 오지환씨가 몇 해 전 해외에 사는 딸 부부의 초대로 떠난 여행에서 바닷가 작은 결혼식을 올린 뒤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오 목사는 아내와의 가장 소중한 추억으로 몇 년 전 해외에 거주하는 딸 부부의 초청으로 떠난 가족여행을 꼽았다. 당시 딸 부부는 형편상 제대로 결혼식을 올리지 못했던 부모를 위해 바닷가에서 작은 결혼식을 마련해줬다.


오 목사는 "사진 속 환하게 웃던 아내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고 회상했다.


오 목사는 "못난 남편 만나 경제적으로 부족하게 지내 마음이 너무 아프고 애절해서 눈물만 난다"며 "여보, 꿈에서라도 한번 만나고 싶다. 나중에 천국에서 다시 만나자. 사랑한다"라고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그는 아내를 "온순하고 정직한 사람"이자 "평생 가장 든든한 동반자"로 기억한다고 덧붙였다.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평생 이웃을 위해 헌신하고 마지막 순간까지 생명 나눔을 실천한 김용분씨와 유가족에게 깊이 감사드린다"며 "기증자의 숭고한 뜻이 이어질 수 있도록 생명 나눔 문화 확산에 힘쓰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