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를 만들기 위한 원형 기판인 웨이퍼 한 장의 가격이 '제네시스 한 대 수준'이라는 설명이 나왔다.
지난 11일 방영된 KBS '다큐멘터리 3일-처음 만난 세계' SK하이닉스 편에서는 경기도 이천 반도체 공장과 HBM(고대역폭메모리) 생산 현장, 엔지니어들의 일상이 공개됐다.
이날 방송에서 가장 주목받은 부분은 인공지능(AI) 반도체 핵심 제품으로 떠오른 HBM 생산 현장이었다. HBM용 인터페이스 장비를 개발 중인 연구원들의 모습과 함께 반도체 웨이퍼 25장을 동시에 운반하는 '풉(FOUP)' 장비도 소개됐다.
이 과정에서 한 직원은 "웨이퍼 한 장이 제네시스 한 대 가격"이라고 설명했다. 또 반도체 하나가 완성되기까지 팹(Fab) 내부에서 800개 이상의 공정을 거치며 약 4개월이 소요된다고 전했다.
직원들도 길을 잃을 만큼 거대한 생산라인과 하루 3000개씩 세탁되는 클린룸 방진복 등 반도체 공장의 모습도 함께 담겼다.
HBM 개발 초기부터 참여한 30년차 D램 기반기술 엔지니어 곽석준 씨는 "확신하는 삶이 어디 있겠느냐"면서도 "희망을 놓지 않았던 것 같다. 제 자리를 지키면 그만한 보상이 따르리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요즘 주변에서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진 것을 느낀다"며 "제 자리에서 제 일을 했음에 주목을 받는다면 나쁘지 않은 주목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방송에서는 30년 가까이 회사를 다닌 장기 근속 직원들의 이야기도 소개됐다. 후공정 라인의 '쌍둥이 자매' 직원은 "회사가 어려울 때는 전기를 아끼려고 팹 내부 형광등을 군데군데 빼놓고 일한 적도 있었다"며 "그런 고비들을 다 넘겨왔기에 지금 세계에서 알아주는 회사가 된 것 아닌가 싶다"고 회상했다.
오랜 기간 회사를 다닌 직원들도 AI 반도체 초호황과 주가 급등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LG와 현대, SK하이닉스를 거친 한 시니어급 직원은 "자사주로 지급받은 주식을 30만원대에 처분했다"며 "100만원대 주식은 한 개도 없다"고 아쉬워했다.
제작진이 "재테크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니냐"고 묻자 이 직원은 "회사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부족했다"며 웃으면서 "그때가 고점인 줄 알았다"고 답했다.
이번 방송은 숫자로만 소비되던 HBM 초호황 뒤에 숨어있는 반도체 엔지니어들의 노동과 일상을 함께 조명했다는 평가다.
최근 SK하이닉스는 AI 반도체 시장 확대와 함께 HBM 수요가 급증하며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핵심 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엔비디아 차세대 AI 가속기용 HBM 공급 확대와 AI 데이터센터 투자 지속 영향으로 2분기 실적이 더욱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