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 관계에서 발생한 신뢰 훼손이 이별을 넘어 과거 주고받은 선물에 대한 '정산 전쟁'으로 번지며 온라인 커뮤니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 7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여태 받은 선물 다 돌려달라는 전남친, 돌려주는 게 맞나요?'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와 네티즌들 사이에서 치열한 설전이 벌어졌다. 작성자 A씨는 2년 가까이 교제한 남자친구와 자신의 외도 문제로 헤어지게 됐으나, 이별 후 전 남친으로부터 받은 황당한 연락 때문에 고심하고 있다며 사연을 공개했다.
사업가로 경제적 여유가 있었던 전 남친은 연애 기간 내내 "예쁜 건 다 사주고 싶다"며 A씨에게 고가의 선물들을 안겨줬다. 하지만 이별 통보 직후 전 남친의 태도는 180도 돌변했다.
그는 다이슨 에어랩, 명품 카드 홀더 등 구체적인 품목과 가격이 적힌 '정산 및 반환 요청 리스트'를 A씨에게 보냈다. 그러면서 "결혼까지 생각한 투자였으나 뒤통수를 맞았으니 돌려받아야겠다"며 일주일 안에 중고 시세에 맞춰 현금을 입금하거나 물건을 택배로 보내라고 요구했다.
A씨는 본인의 잘못으로 이별하게 된 점은 인정하면서도, 이미 증여가 완료된 선물을 이제 와서 '투자'라고 명명하며 반환을 요구하는 것은 치졸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미 사용해 낡아버린 의류까지 현금으로 배상하라는 요구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A씨는 "본인이 좋아서 준 선물인데 이제 와서 소유권을 주장하는 게 법적으로나 도의적으로 맞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커뮤니티 이용자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전 남친의 손을 들어준 이들은 "바람을 피워 신뢰를 깬 쪽이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돌려주는 게 맞다", "결혼을 전제로 한 증여였다면 배신당한 상대방 입장에서는 충분히 청구할 만한 권리다"라며 분노를 표했다.
반면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준 선물을 돌려달라고 리스트까지 뽑는 건 정떨어지는 행동이다", "법적으로 선물은 증여에 해당해 돌려줄 의무가 없다"며 전 남친의 대응이 과하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법조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연인 사이에 무상으로 주고받은 선물은 원칙적으로 '증여'에 해당해 반환 의무가 없다.
다만 혼인을 전제로 주고받은 예물이나 고가의 물품인 경우, 혼인 불성립에 따른 부당이득반환청구가 가능할 수도 있다는 견해가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연애 과정에서 발생한 선물은 증여가 해제될 만한 중대한 사유가 법적으로 인정되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결국 이번 사건은 법적 다툼을 넘어 감정의 골이 깊어진 남녀 간의 자존심 싸움으로 비화하고 있다.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면서도 물건만큼은 지키고 싶은 며느리와, 짓밟힌 진심에 대한 대가를 물질적으로라도 보상받고 싶은 전 남친의 평행선은 쉽게 좁혀지지 않을 전망이다. 사랑의 증표였던 선물이 이별의 순간 가장 추악한 정산서로 돌아온 이번 사연은 '아름다운 이별'이 사라진 시대의 씁쓸한 자화상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