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중인 전업주부 아내가 남편에게 합리적인 용돈 체계를 제안했다가 폭언에 가까운 거절을 당한 사연이 알려져 누리꾼들의 공분이 일고 있다.
지난 5일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에는 '남편 쓰는 만큼 용돈으로 달라니까 열받게 하지 말래!'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순식간에 화제의 중심에 섰다. 작성자 A씨는 결혼 3년 차이자 현재 임신 중인 상태로, 남편의 일방적인 가계 운영과 태도에 깊은 억울함을 호소했다.
사건의 발단은 경제적 지출을 줄이자는 제안에서 시작됐다. A씨는 곧 태어날 아이를 위해 남편에게 담배를 줄이고 지출을 아끼자고 권유했다.
남편은 하루에 담배를 한 갑 반이나 피울 정도로 애연가였으나, 담배 수천 원이 얼마나 하느냐며 아내의 말을 일축했다. 이에 A씨는 본인은 술, 담배, 커피조차 마시지 않아 개인적으로 나가는 돈이 없으니 남편이 기호식품에 쓰는 비용만큼인 월 20만 원이라도 현금 용돈으로 달라고 요구했다.
남편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네가 돈이 뭐가 필요하냐"며 "필요한 용품은 내 카드로 쓰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A씨가 평소 카드로 결제하는 내역은 생필품이 전부였고, 임신으로 인해 외부 활동이 끊긴 상황에서 최소한의 개인 자금을 확보하려 했으나 남편은 이를 '열 뻗치게 하는 행위'로 규정하며 조용히 하라고 윽박질렀다. 심지어 치사해서 아이를 낳고 바로 일하겠다는 A씨에게 "그럴 거면 애 왜 낳냐"며 세 살까지는 무조건 집에서 애를 보라고 강요했다.
작성자 A씨의 헌신적인 가사 노동 수준이 알려지면서 네티즌들의 분노는 더욱 거세졌다. A씨는 만삭에 가까운 몸으로 하루 두 끼 식사를 꼬박 차려내고 집안일 전반을 홀로 책임지고 있었다.
남편은 쓰레기 배출 외에는 손 하나 까딱하지 않으면서도, 아내가 전업주부로서 가사를 전담하는 현재의 생활 방식을 선호하고 있었다. 본인의 기호품에는 관대하면서 아내의 정당한 노동 대가나 최소한의 자유 자금에는 인색한 이중 잣대를 보인 셈이다.
해당 게시글의 댓글 창은 남편의 가스라이팅과 경제적 학대를 질타하는 목소리로 가득 찼다. 한 네티즌은 "담배 값은 안 아까우면서 아내 용돈 20만 원이 아깝다는 건 사람을 동등한 반려자가 아닌 식모로 보는 것"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현금 용돈이 없으면 아내는 친정 경조사나 비상시에 남편 눈치를 보며 결제 허락을 맡아야 한다"며 "경제권으로 사람을 숨 막히게 하는 전형적인 수법"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갈등이 전업주부의 가사 노동 가치를 저평가하는 뒤떨어진 인식에서 비롯된다고 분석한다.
전업주부에게 지급되는 용돈은 단순한 소비 자금이 아니라 가정 내 경제적 독립성과 자존감을 유지하는 최소한의 장치다. 특히 임신과 육아를 이유로 경력이 단절된 상태에서 남편이 일방적으로 경제권을 휘두르는 행위는 부부 관계의 불균형을 심화시킨다. 아내가 쓰는 만큼 본인도 보상받고 싶다는 제안은 지극히 합리적인 형평성의 원칙에 근거한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결국 이 사연은 단순한 용돈 문제를 넘어 부부간의 존중과 가사 분담의 공정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아내를 집안에 묶어두고 싶어 하면서도 그에 따른 정당한 대우는 거부하는 남편의 이기심이 한 임신부의 마음을 멍들게 했다. "더럽고 치사해서 일하겠다"는 아내의 절규는 경제적 능력이 곧 권력으로 치부되는 가정 내 권력 구조에 대한 서글픈 단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