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전쟁으로 인한 중동발 나프타 수급 불안이 커지는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석유 없이 이산화탄소와 수소만으로 플라스틱·비닐의 원료인 나프타를 제조하는 기술을 개발해 주목받고 있다.
지난 28일 한국화학연구원 김정랑 박사팀은 GS건설, 한화토탈에너지스와 공동으로 이산화탄소를 휘발유·나프타 등의 '액체 탄화수소'로 직접 전환하는 시범 생산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ACS 서스테이너블 케미스트리 앤드 엔지니어링' 3월호 표지 논문으로 게재되며 그 혁신성을 인정받았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기존의 복잡한 2단계 공정을 단일 공정으로 단순화한 특수 촉매 기술이다. 기존 방식은 이산화탄소를 일산화탄소로 바꾸는 과정에서 800도 이상의 고온이 필요해 설비 구축과 유지 비용이 막대했다. 그러나 연구팀이 개발한 촉매를 사용하면 270~330도의 비교적 낮은 온도와 온화한 압력 조건에서 이산화탄소와 수소를 직접 반응시켜 액체 탄화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 공정 단순화 덕분에 에너지 사용량과 생산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인 것이 특징이다.
특히 이번 기술은 단순한 실험실 단계를 넘어 실제 제품 생산을 위한 '실증 단계'에 진입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연구팀은 이미 시범 설비(파일럿 플랜트)를 통해 하루 50kg의 액체 탄화수소를 안정적으로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국내 나프타 수요의 45%를 수입에 의존하며 중동 정세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했던 한국의 에너지 안보를 강화할 수 있는 획기적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또한 이번 기술은 발전소나 산업체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원료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탄소중립 실현의 핵심 요소로 평가받는다. 재생에너지와 연계해 수소를 생산하고 이를 포집된 이산화탄소와 반응시켜 액체 연료를 만드는 'PtL(Power-to-Liquids)' 기술의 상용화 기반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향후 실증 데이터를 축적해 2030년대 초반까지 연간 10만 톤 규모의 상용 공정 설계를 완성하고 본격적인 대량 생산 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