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마지막 순간에 좋은 일을 하고 싶다던 60대 남성이 뇌사 장기기증을 통해 3명에게 새 삶을 선물했다.
28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지난 2월 22일 가톨릭대학교의정부성모병원에서 정찬호(68)씨가 간과 양쪽 신장을 기증했다.
정 씨는 앞서 2월 19일 목욕탕에서 갑작스럽게 의식을 잃고 쓰러진 후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판정을 받았다. 가족들은 고인의 평소 뜻을 존중해 간장과 양쪽 신장을 기증하기로 결정했고, 이를 통해 투병 중인 3명의 환자가 새로운 삶의 기회를 얻게 됐다.
유족들에 따르면 정씨는 평소 "이 세상 떠날 때 좋은 일을 하고 가고 싶다"며 생명나눔에 대한 의지를 여러 차례 표현해왔다. 가족들은 고인의 뜻을 따라 기증을 결심했으며, 여러 생명을 구했다는 보람과 함께 정씨의 일부가 어딘가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는 사실에서 위로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에서 3남 중 둘째로 태어난 정씨는 말이 없고 무뚝뚝한 성격이었지만 맡은 일에 대해서는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사람이었다. 결혼해 슬하에 두 아들을 두었으며, 자녀들의 고민을 묵묵히 들어주는 든든한 아버지 역할을 했다.
정씨는 특별한 취미 없이 평생을 가족을 위해 쉬지 않고 일했다. 젊은 시절 자동차 부품 회사에서 20여 년간 근무한 후, 중년에 시작한 우유 대리점을 최근까지 운영하며 가계를 책임졌다.
아내 장인희 씨는 "남편은 가정을 책임지려고 늘 노력했다. 가족을 위해 헌신하며 고생만 하고 간 사람"이라고 회상했다. 그는 "최근 1~2년 사이에야 친구들과 여행도 다니며 모처럼 여유를 찾았는데"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아들 정상기 씨는 "그동안 가족을 위해 헌신해 주신 사랑 잊지 않겠다. 자주 찾아뵙고 아버지를 늘 기억하겠다"라고 전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이삼열 원장은 "소중한 가족을 두고 떠나신 기증자 정찬호 님과 그 가족에게 안타까운 마음을 전한다"며 "정찬호 님이 남긴 생명나눔의 고귀한 뜻이 우리 사회에 널리 퍼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으며, 그 따뜻한 마음에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