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간 동안 뜨거운 숯불 열기를 가해 조카를 숨지게 한 이른바 '숯불 고문' 사건의 80대 무속인이 항소심에서 살인 혐의를 벗고 대폭 감형됐다. 1심은 무기징역을 선고하며 엄벌에 처했으나, 2심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지난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인천원외재판부 형사1부(정승규 부장판사)는 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된 무속인 심 모 씨의 항소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상해치사죄를 적용했다. 살인 및 살인 방조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졌던 자녀와 신도 등 공범 6명도 상해치사 방조 혐의가 인정돼 징역형의 집행유예로 석방됐다.
이번 재판의 쟁점은 피고인들이 피해자의 사망 가능성을 인지하고 이를 용인했는지에 대한 '미필적 고의' 여부였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의 상태가 악화하는 것을 보고 사망 가능성을 예견할 여지는 있었다"면서도 "사망이라는 결과를 현실적으로 인식하고 이를 용인했다고 볼 증거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범행 전 과정이 CCTV에 녹화되도록 방치한 점과 뒤늦게나마 심폐소생술을 하고 119에 신고한 점 등이 살인이나 은폐 의도가 없었다는 근거가 됐다.
조사 결과 심 씨는 조카 A씨가 곁을 떠나려 하자 "모친을 해치려는 악귀를 제거해야 한다"며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직접 제작한 철제 구조물에 A씨를 엎드린 채 묶고 그 아래 숯불을 피워 장시간 열기를 가했다. 심 씨는 오랜 기간 신도들을 정신적으로 지배하며 무모한 주술 의식을 강행해 결국 생명을 침해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무모한 주술 의식으로 생명을 침해했다"고 비판하면서도 "평소 조카를 아꼈고 왜곡된 신념 아래 치료 목적으로 행위를 한 점, 피해자 모친이 선처를 탄원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번 판결은 가해자의 주관적 동기와 객관적 잔혹성 사이에서 미필적 고의의 엄격한 증명 책임을 재확인한 사례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