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4월 29일(수)

두산 3조 자사주 소각, '주주환원'이라더니 박정원家 지분율도 47%로

두산이 3조원대 자기주식 소각을 결정했다. 회사가 내건 명분은 주주환원과 기업가치 제고다. 다만 소각이 끝나면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등 최대주주 측 의결권 지분율도 41%대에서 47%에 가까운 수준으로 높아질 전망이다. '오너 일가 지배력 상승 효과'가 함께 발생하는 것이다. 


두산은 지난 2월 26일 이사회를 열고 보유 중인 자기주식 320만1028주 가운데 임직원 보상 목적 물량 63만2500주를 제외한 256만8528주를 올해 안에 전량 소각하기로 결의했다. 소각 대상은 발행주식 총수의 약 12.2%다. 당시 종가 기준 소각 규모는 약 3조1225억원이다. 회사는 소각 목적을 '주주 환원 강화 및 기업 가치 제고'라고 밝혔다.


자기주식 소각은 대표적인 주주환원 수단이다. 회사가 보유한 주식을 없애면 전체 주식 수가 줄고, 남아 있는 기존 주주의 주당 가치는 높아진다. 두산의 이번 결정도 이 기준에서는 주주환원 조치로 분류된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 뉴스1


동시에 최대주주 측 의결권 지분율도 올라간다. 두산이 지난 4월 1일 제출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는 올해 중 회사 보유 자기주식 가운데 임직원 보상용을 제외한 잔여 지분 전체를 소각한다고 기재돼 있다. 소각 예정 물량은 보통주 195만6424주와 우선주 61만2104주다. 우선주 61만2104주는 제1우선주 56만4242주와 제2우선주 4만7862주를 합한 수치다.


박정원 회장과 특별관계자는 지난 3월 5일 기준 대량보유보고서에서 의결권 있는 주식 664만6591주, 보유비율 41.04%를 보고했다. 해당 보고서상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는 1619만3835주다. 두산이 연내 소각하기로 한 보통주 195만6424주를 이 분모에서 빼면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수는 1423만7411주로 줄어든다.


최대주주 측이 보유 주식을 매도하지 않고 그대로 갖고 있다고 단순 가정하면, 소각 완료 후 지분율은 약 46.7%로 높아진다. 박 회장 측이 주식을 새로 사들이는 것은 아니다. 자기주식 소각으로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수가 줄어드는 데 따른 산술상 변화다. 


일반 주주의 주당 가치가 높아지는 효과와 최대주주 측 의결권 지분율이 높아지는 효과가 동시에 발생한다. 두산은 공시에서 주주환원과 기업가치 제고를 소각 목적으로 제시했지만, 소각 이후 지배력 변화도 같은 계산 안에 들어간다.


분당두산타워 / 사진제공=두산그룹


두산의 이번 소각이 유독 주목받는 배경에는 2024년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를 둘러싼 지배구조 개편 논란도 있다. 두산그룹은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의 100% 자회사로 만든 뒤 두산밥캣을 상장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두 회사는 2024년 8월 포괄적 주식교환 계약을 해제했다. 당시 양사는 주주 서한에서 "사업구조 개편 방향이 긍정적으로 예상되더라도 주주들과 시장의 충분한 지지를 얻지 못하면 추진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도 해당 구조개편 과정에서 두 차례 제동을 걸었다. 금감원은 2024년 7월 24일 두산로보틱스의 합병 및 주식의 포괄적 교환·이전 증권신고서에 대해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 이후 두산 측이 정정신고서를 제출했지만, 금감원은 같은 해 8월 26일 다시 2차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 금감원은 투자자의 합리적 판단을 저해하거나 투자자에게 중대한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