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상장 계열사 합산 시가총액이 4년 만에 200조원을 다시 넘어섰다. LG에너지솔루션 주가 반등이 가장 큰 동력이었지만, LG전자와 LG이노텍 등 주요 계열사 주가도 함께 움직였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냉난방공조(HVAC) 사업이 맞물리면서 LG그룹을 배터리 단일 변수보다 넓게 볼 재료도 늘고 있다.
지난 26일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LG그룹 12개 상장 계열사의 합산 시총은 지난 24일 기준 216조2500억원으로 집계됐다. 2022년 말 201조5500억원을 기록한 뒤 지난해까지 100조원대에 머물렀지만, 올해 들어 다시 200조원대에 진입했다.
시총 회복의 중심에는 LG에너지솔루션이 있다. 지난 24일 기준 LG에너지솔루션 시총은 112조5540억원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이어 국내 증시 세 번째 규모로 집계됐다. LG그룹 전체 합산 시총의 절반 이상을 LG에너지솔루션이 차지하는 구조다.
다른 계열사 주가도 함께 올랐다. 최근 3개월 동안 LG이노텍은 96.38%, LG전자는 24.39%, LG화학은 12.02%, LG유플러스는 9.28%, ㈜LG는 7.14% 상승했다.
증권가에서는 LG이노텍 상승률을 두고 "북미 고객사향 카메라 모듈 실적 기대와 반도체 기판 업황 개선이 배경"이라고 분석한다. AI 데이터센터와 직접 연결되기보다는 그룹 내 IT부품 계열사의 주가 회복이 함께 진행됐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번 시총 회복은 LG에너지솔루션 반등이 크게 작용했다. 그럼에도 그룹 안팎의 사업 변화를 보면 다르게 보인다. AI 데이터센터는 전력과 열을 동시에 다루는 산업이다.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대규모로 돌리려면 안정적인 전력 공급, 배터리 기반 저장장치, 고효율 냉각 설비, 통신망, 운영 시스템이 함께 필요하다. LG전자는 냉각, LG에너지솔루션은 전력 저장, LG유플러스와 LG CNS는 데이터센터 운영과 시스템 구축 쪽에 각각 사업 기반을 두고 있다.
그간 LG가 강조해온 '원LG 솔루션'이 시장에서 긍정 평가를 받았다고 볼 수 있다.
LG CNS는 지난해 8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약 1천억원 규모 AI 데이터센터 구축 사업을 수주했다. 2026년 말까지 10만대 이상 서버를 수용하는 30MW급 데이터센터를 짓는 프로젝트다. LG CNS는 이 사업에 그룹 역량을 결집한 '원LG 솔루션'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하이브리드 냉각 시스템, 최적화 전력·공조 시스템, 인프라 이중화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다.
LG전자는 AI 데이터센터용 HVAC 사업을 키우고 있다. 지난 20일부터 사흘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데이터센터월드 2026'에서는 AI 데이터센터용 열관리 솔루션을 공개했다. 액체냉각 솔루션의 핵심 장비인 냉각수 분배장치(CDU)의 냉각 용량을 기존 650㎾에서 1.4㎿로 끌어올린 제품도 선보였다. 고집적 서버가 늘수록 냉각 효율은 전력비와 가동 안정성에 직접 영향을 준다.
LG에너지솔루션은 ESS를 전기차 배터리 부진을 보완할 축으로 키우고 있다. 회사는 올해 말까지 글로벌 ESS 생산능력을 60GWh 이상으로 늘리고, 이 가운데 북미 지역 생산능력을 50GWh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북미에서는 AI 데이터센터와 재생에너지, 전력망 투자가 동시에 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한화큐셀(Qcells), 테라젠(Terra-Gen), 엑셀시오 에너지 캐피탈(Excelsior Energy Capital) 등과 ESS 공급 계약을 쌓아왔다. 지난 2월에는 한화큐셀 미국 법인에 2028년부터 2030년까지 5GWh 규모 ESS 배터리를 공급하는 계약도 체결했다.
LG유플러스와 LG CNS는 운영과 제어 영역에서 연결된다. LG유플러스는 2027년 준공을 목표로 파주 AI데이터센터를 추진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지난 2월 24일 보도자료에서 2027년 준공 목표인 파주 AI데이터센터에 LG유플러스의 운영 역량, LG전자의 냉각 기술, LG에너지솔루션의 전력 안정성 기술을 결집하겠다고 밝혔다. LG CNS는 데이터센터 구축과 시스템 통합, 클라우드 운영 역량을 갖고 있다.
LG그룹은 그동안 시장에서 한 문장으로 설명되기 어려운 그룹에 가까웠다. 가전, 배터리, 화학, 통신, IT서비스가 각각의 업황에 따라 따로 평가받았다. 전기차 성장 둔화 국면에서는 배터리 의존도가 부담으로 부각됐고, 지주회사인 ㈜LG에는 할인도 남아 있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LG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5배 수준이다. 그룹 합산 시총이 200조원을 회복했지만, 지주회사 주가에는 계열사 가치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해석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이번 시총 회복을 구조적 재평가로 단정하기는 이르다. 합산 시총의 절반 이상은 여전히 LG에너지솔루션에 기대고 있고, 전기차 배터리 투자심리가 다시 흔들리면 그룹 시총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AI 데이터센터와 전력 인프라 투자가 LG전자, LG에너지솔루션, LG유플러스, LG CNS의 실제 수주와 매출로 얼마나 잡히는지가 다음 확인 지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