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후 아내의 숨겨진 과거를 알게 된 남편이 혼인 취소 가능성에 대해 법적 조언을 구했다.
20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서는 아내가 결혼 전 성폭력 피해로 출산한 사실을 숨긴 채 결혼했다는 것을 뒤늦게 발견한 남성의 고민이 다뤄졌다.
43세 A씨는 중견 제조업체 회계팀 과장으로 재직 중이다. 그는 마흔을 앞둔 시점에서 직장 동료 소개로 현재 아내와 만났다. 시립도서관 사서인 아내는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두 사람은 약 1년의 연애 기간을 거쳐 결혼했다. 결혼 초기에는 별다른 갈등 없이 평온한 생활을 이어갔다. A씨는 월말 결산 업무로 인한 잦은 야근에 시달렸고, 아내도 도서관 행사 등으로 바쁜 일정을 소화했지만 부부간 큰 마찰은 없었다.
상황이 급변한 것은 결혼 1년 후 이사 준비 과정에서였다. A씨가 아내의 짐을 정리하던 중 오래된 상자를 발견했다.
상자 속에는 갓난아기 사진과 출생신고 관련 서류들이 보관되어 있었다. 출생신고서 어머니 란에는 아내의 이름이 기재되어 있었다.
그날 밤 A씨가 이에 대해 질문하자 아내는 안색이 하얗게 변했다.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하던 아내는 결국 눈물을 터뜨렸다.
아내는 "스무 살 무렵 성폭력 피해를 당해 원치 않는 임신을 하게 됐고, 여러 사정으로 아이를 입양 보낼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그 일은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기억이라 누구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았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A씨는 "아내가 겪었을 그 끔찍한 고통을 이해한다"면서도 "결혼이란 서로의 인생을 함께하는 일인데 이렇게 중요한 사실을 나에게 이야기하지 않고 결혼했다는 점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그는 "적어도 결혼 전에는 솔직히 털어놨어야 한다"며 "만약 그랬다면 나는 이 결혼을 한 번 더 신중하게 고민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아내의 아픔은 너무나도 안타깝지만 이미 바닥까지 무너져버린 신뢰를 안고 평생을 함께할 수 있을지 막막하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A씨는 "과거를 알리지 않고 결혼한 것이 사기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혼인 취소가 가능하다면 재산분할이나 위자료는 어떻게 되는지 알고 싶다"고 질문했다.
김나희 변호사는 "사기로 인한 혼인 취소는 혼인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실을 속인 경우에만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성폭력 피해로 인한 출산은 고지 의무가 있다고 보지는 않기 때문에 이를 단순하게 숨겼다는 것만으로는 혼인 취소나 위자료 청구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김 변호사는 재산분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혼인 취소면 '처음부터 결혼이 없었던 것 아니냐' '재산분할도 못 하는 게 아니냐'라고 질문하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민법은 혼인 취소의 경우에도 재산분할 규정을 준용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일정 기간 부부로 생활하면서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이 있다면 이혼과 마찬가지로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