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공공 의료 체계인 NHS(국민보건서비스)의 치과 진료 대기난이 심각해지면서, 극심한 통증을 견디다 못한 한 중년 남성이 스스로 치아를 뽑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영국 일간 미러(Daily Mirror)에 따르면 글래스고에 거주하는 65세 제임스 스튜어트 씨는 최근 치통이 한계에 다다랐음에도 불구하고 사립 병원의 비싼 진료비를 감당할 여력이 없었고, NHS 진료를 받기 위해서는 몇 주를 대기해야 한다는 절망적인 상황에 놓였다.
결국 그는 집에서 보드카와 무게 추를 이용해 스스로 발치를 하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했다.
투잡을 하며 생계를 꾸려가던 제임스는 단골 치과가 사립으로 전환되면서 갈 곳을 잃었다. 그는 "새로운 치과에 등록하고 순서를 기다리기엔 통증이 너무나 끔찍했다"며 당시의 절박함을 회상했다.
이에 그는 무게 추를 치아에 매달고 의자 위에서 떨어뜨리는 위험천만한 방식으로 치아를 뽑아냈다.
제임스는 "찰나의 고통 뒤에 비로소 안도감이 밀려왔다"며 소독을 위해 앱솔루트 보드카로 입안을 헹구어 감염 위험에 대처했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치료비를 아낀 돈으로 얼마 전 무지개다리를 건넌 반려견의 장례를 치러주었다고 덧붙여 안타까움을 더했다.
이 사건은 현재 영국이 직면한 치과 의료 위기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NHS 소속 치과의 90%가량이 신규 성인 환자를 받지 않고 있으며, 환자들은 정기 검진을 위해 1년 이상 기다리거나 수백 킬로미터를 이동해야 하는 실정이다.
제임스의 발치 영상이 온라인에서 확산되자 누리꾼들은 "현대 사회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NHS의 붕괴를 비판했다.
현직 NHS 치과의사들은 제임스의 사연에 안타까움을 표하면서도, 자가 발치는 신경 손상이나 '드라이 소켓(발치 후 통증)' 등 치명적인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제임스 역시 자신의 행동이 영상 제작을 위한 것이 아니었음을 강조하며, "누구도 나를 따라 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이번 사건은 공공 의료 시스템의 공백이 시민들을 얼마나 위험한 선택으로 내몰 수 있는지 보여주는 뼈아픈 사례로 남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