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4월 01일(수)

"품질로 설명하는 가격"... 프리미엄 식품관 키우는 백화점 업계

외식 물가 상승과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 흐름이 확산하면서 국내 백화점 업계가 '식품관' 강화에 나섰다. 백화점 보조 공간에 머물렀던 식품관이 '핵심 집객 시설'로 떠오른 것이다.


온라인 유통 비중이 빠르게 확대된 상황,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백화점이 식품 판매에 힘을 싣는다는 점은 다소 역설적으로 보일 수 있다. 저렴한 가격과 편의성을 앞세운 온라인 플랫폼과 정면 경쟁하기에는 구조적으로 불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백화점 업계는 이 지점에서 방향을 틀었다. 가격이 아닌 '품질'과 '경험'에 집중하는 전략이다. 대량 유통 중심의 온라인 채널이 구현하기 어려운 신선도 높은 식재료와, 현장 조리·맞춤형 서비스 등 오프라인에서만 가능한 프리미엄 경험을 결합해 차별화에 나섰다.


사진 제공 = 롯데백화점


고품질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통해 백화점 식품관에서 판매되는 제품이 지닌 '가격의 이유'를 오프라인 공간에서 직접 설명하겠다는 것이다.


롯데백화점은 프리미엄 식품관 '레피세리'를 통해 이러한 전략을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단순한 식재료 판매를 넘어 '경험형 장보기'를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매장에서는 고객이 고른 생선을 즉석에서 손질해 회나 초밥으로 제공하는 '라이브 스시바'를 운영하고, 수산·축산 코너에서는 식재료를 취향에 맞게 선택하고 조합하는 맞춤형 소비 경험을 제공한다.


사진 제공 = 롯데백화점


돼지고기 전용 숙성고를 갖춘 전문관, 품종과 산지별로 세분화된 상품 구성 역시 '좋은 재료를 고르는 경험'에 집중한 결과다.


또한 건강 트렌드에 맞춘 '베러 푸드존'을 통해 고영양, 저당·저칼로리, 유기농 식품을 목적별로 구분해 제안하는 등 고객의 라이프스타일까지 고려한 큐레이션을 강화했다.


롯데백화점은 '무엇을 사느냐'보다 '어떻게 고르고 경험하느냐'로, 장보는 행위 자체를 하나의 콘텐츠로 재해석했다.


사진 제공 = 신세계백화점


신세계백화점은 프리미엄 식재료에 '미식 콘텐츠'를 결합하는 전략을 택했다. 


강남점 '신세계마켓'을 중심으로 고급 식재료와 식문화 경험을 동시에 제공하고, '스위트파크', '하우스 오브 신세계' 등을 통해 체험형 소비를 확대했다.


특히 다양한 디저트 브랜드를 한 공간에 모아 시식과 비교가 가능하도록 구성하거나, 특정 테마에 맞춘 미식 콘텐츠를 제안하는 방식으로 고객의 체류시간을 늘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신세계백화점


단순히 식재료를 구매하는 것을 넘어, 매장에서 새로운 맛을 발견하고 즐기는 과정 자체를 소비 경험으로 만든 것이다.


실제로 프리미엄 식품관 프로젝트는 오픈 초기부터 높은 방문객 수를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 식품관이 백화점 전체 집객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았다.


'미식을 즐기는 공간'으로 식품관을 확장하고 먹거리의 고급화를 넘은 '경험의 고급화'로 소비자들의 소비를 유도하는 셈이다.


사진 제공 = 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은 고객 개인의 '취향'에 초점을 맞췄다. 더현대 서울의 복합형 공간 '테이스티 서울'을 중심으로 식품관을 개인 취향 기반 큐레이션 플랫폼으로 재편하고 있다.


해당 공간에서 현대백화점은 프리미엄 식재료와 함께 델리, 베이커리, HMR(가정간편식)을 결합해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하고, 고객이 자신의 취향에 맞는 식문화를 탐색할 수 있도록 했다.


단순히 좋은 상품을 모아놓는 것을 넘어, 고객이 '나에게 맞는 음식'을 발견하는 경험에 집중한 전략이다.


현대백화점은 식품관을 하나의 '취향 제안 플랫폼'으로 진화시키고 있다.


사진 제공 = 현대백화점


이처럼 백화점 업계의 식품관 경쟁은 더 이상 가격이나 상품 구색에 머물지 않는다. 현장 조리, 시식, 맞춤형 큐레이션 등 경험 중심 콘텐츠로 이동하고 있다.


식품관은 이제 단순히 물건을 판매하는 공간이 아니라, 고객의 시간을 점유하고 머무르게 만드는 '경험 콘텐츠'의 핵심 축이다. 백화점이 투자하는 대상 역시 상품이 아닌 '체류시간'과 '경험 가치'로 옮겨가고 있다.


클릭 한 번으로 무엇이든 구매할 수 있는 온라인 시대에서 직접 보고 느끼고 경험하는 오프라인의 가치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커진다.


'품질로 가격을 설명하는 공간', '경험으로 소비를 설득하는 공간'으로 나아가는 백화점 식품관은 단순한 고급화 전략을 넘어 디지털 시대에 대응하는 오프라인 유통의 해답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