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은 배달앱을 직접 만들었고, 하나은행은 손을 잡았다. 같은 은행권의 소상공인 지원이지만 방식은 다르다. 신한은행이 '땡겨요'를 직접 운영하며 플랫폼과 데이터를 함께 쌓는 길을 택했다면, 하나은행은 공공배달앱 '먹깨비'와 제휴해 저리대출과 쿠폰, 제휴카드 혜택을 얹는 방식으로 들어왔다. 표면적으로는 둘 다 소상공인 지원이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접근법이 다르다.
하나은행은 먹깨비 가맹점주를 상대로 인천신용보증재단 출연을 통해 최대 225억원 규모의 보증부 대출을 제공하고, 하나원큐 등 자사 앱에서 먹깨비를 홍보하며 할인 쿠폰도 지급할 계획이다. 하나카드와 연계한 전용 카드도 내놓는다. 신용대출 5천만원을 보유한 가맹점주에게 최대 1천만원의 긴급대출을 추가 지원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하나은행이 내세우는 방향은 분명하다. 배달앱 수수료 부담에 시달리는 자영업자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 온라인 음식 서비스 거래액은 2017년 약 2조7천억원에서 지난해 41조4882억원으로 커졌지만, 배달앱 3사의 높은 수수료와 광고비 부담도 함께 커졌다. 먹깨비는 광고비를 받지 않고 중개수수료도 1.5% 수준이다. 하나은행이 먹깨비와 손잡은 데에는 이런 배경이 자리하고 있다.
다만 하나은행과 먹깨비의 협업 성격은 신한은행의 '땡겨요'와는 차이가 있다. 신한은행은 땡겨요를 통해 확보한 매출 데이터와 비금융 데이터를 소상공인 대안신용평가 모델 개발과 신규 대출 상품 설계에 활용해 왔다.
반면 하나은행의 이번 제휴는 이런 시스템은 아니다. 하나은행 측은 "이번 제휴는 자체 앱 운영이 아닌 일반적인 협업 방식이라 별도의 데이터 활용은 없다"고 설명했다. 플랫폼을 직접 운영해 데이터를 쌓는 모델이라기보다, 대출과 쿠폰, 카드 혜택을 빠르게 붙이는 지원형 제휴에 가까워 보인다.
시장 현실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말 기준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배달의민족이 2166만명, 쿠팡이츠가 1239만명에 달한 반면 먹깨비는 81만명 수준에 머물렀다. 먹깨비의 지난해 거래액도 약 2200억원으로, 땡겨요 6698억원의 3분의 1이 채 되지 않는다. 하나은행이 금융 지원과 마케팅을 더한다고 해도 소비자 유입과 가맹점 확대가 따라오지 않으면 존재감을 키우기 쉽지 않다. 제휴 방식이 갖는 한계가 드러날 수 있는 지점도 여기다.
하나은행은 직접 운영 대신 제휴 방식을 택한 이유로 '속도감 있는 추진'을 들고 있다. 플랫폼을 직접 구축하고 운영하는 데 따르는 시간과 부담을 줄이는 대신, 소상공인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빨리 붙이겠다는 것이다. 향후 지자체 연계 등 다양한 형태로 확장할 계획이라는 설명도 내놨다.
실제로 공개된 자료에도 하나은행·먹깨비 협업은 향후 지방자치단체와 연계한 다양한 품목, 드론 배송 등으로 넓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담겼다. 다만 이는 아직 방향성에 가깝다. 현재 확인되는 실체는 데이터 기반 금융 확장보다 상생금융과 마케팅 지원에 무게가 실린 제휴 모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