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자녀 대신 자선단체에 재산을 기부하려는 부모들이 급증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한국과 달리 자녀 상속을 당연시하지 않는 문화적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24일(현지 시간) 서울경제가 인용 보도한 온라인 유언장 플랫폼 세이프윌(Safewill)이 외부 기관에 의뢰해 발표한 전국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녀를 둔 호주인 3명 중 1명(약 33%)이 사후 전체 또는 일부 재산을 자선단체에 기부할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향후 20년간 베이비부머 세대의 약 5조4000억 달러 규모 자산이 다음 세대로 넘어가는 시점과 맞물려 더욱 의미가 크다. 단순한 가족 내 재산 승계를 넘어 사회적 책임까지 고려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확산되고 있다는 해석이다.
부모들의 인식 변화가 이런 흐름을 이끌고 있다. 조사 참여자들은 자녀들이 상속을 '당연한 권리'로 받아들이는 태도에 우려를 표했다. 자녀가 독립적으로 자산을 구축해야 한다는 가치관도 중요한 동기로 작용했다.
글로벌 셀러브리티들도 이런 트렌드에 동참하고 있다. 가수 겸 방송인 사이먼 코웰, 할리우드 스타 애슈턴 커처·밀라 쿠니스 부부 등은 이미 자녀에게 거액의 유산을 남기지 않고 대부분을 기부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세이프윌의 애덤 루보프스키 대표는 "부모들이 자신의 유산이 사회에 미칠 영향을 더욱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자녀 지원과 사회적 기여 중 하나를 선택하거나 두 방식을 결합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 실행 단계로 넘어간 경우는 여전히 소수다. 현재 유언장에 자선 기부 조항을 포함한 비율은 8% 정도에 머물렀다.
반면 55세 미만 응답자의 40%는 향후 기부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는 절반 이상이 자선 기부 의향을 보여 세대별 인식 격차가 선명하게 드러났다.
문제는 호주인 절반 이상이 아직 유언장을 작성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경우 개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법률 규정에 따라 재산이 배분될 수 있다.
세이프윌의 이자벨 마르카리안 수석 변호사는 "자선 기부를 포함한 유산 계획은 가족의 이해관계와 법적 조건을 동시에 검토해야 한다"며 "사전에 충분한 대화와 준비 과정을 거쳐야 본래 의도가 제대로 실현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상속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 생전 가족 간 소통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