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3월 17일(화)

차선용은 기술, 고승범은 재무, 최강국은 투자... SK하이닉스 이사회 재편의 '속뜻'

SK하이닉스가 오는 25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기술, 재무, 투자 집행 역량을 한꺼번에 보강하는 방향으로 이사회를 다시 짠다. 차선용 미래기술연구원장을 사내이사 후보로, 고승범 전 금융위원장과 최강국 변호사를 사외이사 후보로, 김정규 SK스퀘어 사장을 기타비상무이사 후보로 올리면서다. 


이번 인선은 사람을 채우는 차원을 넘어, HBM 이후 성장 국면에서 보드가 맡아야 할 역할을 다시 나누는 작업에 가깝다.


회사 측은 이번 후보 구성을 두고 "급변하는 기술 환경에 대응하고, 대규모 투자가 수반되는 반도체 산업에서 재무 건전성을 유지·강화하며, 국내외 대규모 투자에 대한 집행 관리 역량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그대로 풀면 차선용은 기술, 고승범은 재무, 최강국은 투자 집행을 맡는 구조다.


차선용 카드는 기술 조직의 목소리를 이사회 한복판으로 끌어올리는 인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회사는 차 후보에 대해 CEO 후보군이 전사적 관점의 경영 안목을 키울 수 있도록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시키는 동시에, 사내 최고 기술전문가로서 기술 리더십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술 총괄을 보드에 올려 HBM 이후 경쟁 국면에서 연구개발과 경영 판단을 더 가깝게 붙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뉴스1


고승범 전 금융위원장 선임은 재무와 내부통제의 무게를 이사회 차원에서 키우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회사는 반도체 산업 특성상 대규모 투자가 수반되는 만큼 재무 건전성 유지·강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감사위원 후보에도 함께 올랐는데, 이는 "돈을 얼마나 벌 것이냐" 못지않게 그 "돈을 어떤 규율 아래 쓰고 지킬 것이냐"가 이번 이사회 구성의 핵심 과제로 올라온 셈이다.


최강국 후보는 이번 조합의 마지막 퍼즐이다. 미국에서 24년간 M&A, 구조조정, 크로스보더 투자 관리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아온 인물로 알려진다. 회사는 국내외 다양한 투자를 진행하는 상황에서 투자 집행 관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선임이라고 설명했다. 법률가지만 실제 역할은 글로벌 투자와 거래 리스크를 다루는 사외이사에 가까워 보인다.


기타비상무이사 후보에 오른 김정규 SK스퀘어 사장까지 포함하면 이번 재편의 성격은 더 분명해진다. 


회사는 김 사장에 대해 지주사와의 원활한 소통 채널 확보와 신속한 의사결정 지원을 기대하고 있다. 결국 이번 이사회 재편은 기술 전문가 한 명, 금융 전문가 한 명을 추가하는 수준이 아니다. 차선용에게는 기술 대응과 차기 리더 육성을, 고승범에게는 재무 건전성과 감사 기능을, 최강국에게는 투자 집행 관리를, 김정규에게는 그룹 차원의 연결과 조율을 각각 맡기는 구조다.


이번 재편은 SK하이닉스가 마주한 상황과 강하게 연결된다. 지난해(2025년) 사상 최대 실적을 냈고, 고정배당과 추가 배당,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도 함께 내놨다. 


고승범 전 금융위원장 / 뉴스1


실적이 커질수록 관심도가 커지고, 이사회가 다뤄야 할 의제의 중요성 역시 커진다. 기술 경쟁력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대규모 투자, 재무 안정성, 투자 집행 통제, 그룹과의 조율이 더더욱 중요해진다. 이번 주총 인선은 회사가 다음 성장 국면을 어떤 방식으로 끌고 갈지를 가늠하는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