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3월 17일(화)

정용진이 띄운 '이마트 2.0'... 신세계그룹, AI 인프라 넘어 AI 커머스 판 키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미국 인공지능 기업 리플렉션 AI와 손잡고 한국에 전력용량 250M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건립을 추진한다. 


신세계는 이번 업무협약을 바탕으로 연내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하고, 단계적으로 AI 인프라 사업에 나설 계획이다. 신세계는 이번 프로젝트를 미국 정부가 추진하는 'AI 수출 프로그램'의 첫 대표 사례로 소개했고, 협약식에는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도 참석했다.


17일 신세계가 직접 발표한 내용을 살펴보면, 표면적으로는 초대형 AI 인프라 투자 계획이다. 하지만 신세계가 그리고 있는 그림은 데이터센터 건립 그 자체보다 더 커 보인다. 단순히 서버와 전력을 갖춘 인프라를 세우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이를 발판으로 유통의 다음 성장 공식을 다시 짜겠다는 구상에 가깝다. 정 회장이 AI를 그룹의 미래 성장축으로 본격적으로 끌어올리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이번 협약은 단순한 인프라 투자 이상의 무게를 갖는다.


정용진 회장과 하워드 러트닉 장관 / 사진제공=신세계그룹


신세계가 이번 프로젝트에서 특히 강조한 키워드는 'AI 커머스'다. 오랜 유통 업력을 통해 축적한 고객 접점과 데이터, 운영 노하우에 새롭게 확보할 AI 역량을 결합해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만들겠다는 청사진이다. 온라인몰에서 최적화된 상품을 추천하고, 결제와 배송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AI 에이전트' 가능성을 제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AI 인프라를 기반으로 유통 서비스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신세계가 내건 '이마트 2.0'도 이 연장선에 있다. 재고 효율과 운영 정밀도를 높이는 'AI 풀 스택' 개발, 보다 세밀하고 빠른 물류 체계 구축이 핵심이다. 데이터센터가 기술 기반이라면, 그 위에서 유통 현장 전반의 혁신을 이뤄내려는 것으로 보인다. 인프라 투자와 본업 혁신을 한 축으로 묶겠다는 접근이 기존 유통기업들의 AI 활용 방식과 차이가 있다.


이번 협업은 여러 측면에서 상징성이 있다. 협약식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렸고, 정 회장과 리플렉션 AI 경영진, 美 정부 핵심 러트닉 장관이 한자리에 섰다. 정 회장은 현장에서 "'AI 없는 미래산업은 생존 불가능"이라며 "리플렉션 AI와의 데이터센터 건립 협업 프로젝트는 신세계의 미래성장 기반 토대이자 국내 산업 전반의 AI 생태계 고도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플렉션 AI 측도 이번 협업을 한국과 미국을 잇는 상징적 AI 연결로 평가했다. 


신세계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AI를 별도 신사업으로 키우는 데서 그치지 않고, 유통 본업까지 함께 바꾸겠다는 구상을 드러냈다. 폭넓은 고객 접점과 오프라인 거점, 온라인몰 운영 경험은 그 구상을 뒷받침할 실제 기반이다. 정 회장이 말한 '이마트 2.0'. 쇼핑 경험과 물류, 수익 구조를 함께 손보는 그 밑그림이, 이번 협약으로 처음 윤곽을 드러낸 셈이다.


정 회장이 띄운 이번 프로젝트의 진짜 승부처는 데이터센터 건립 자체보다 그 위에서 신세계가 어떤 AI 커머스 생태계를 구현해내느냐에 달려 있다.



AI 인프라 투자가 실제 쇼핑 경험과 운영 효율, 물류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 이번 협약은 신세계의 신사업 선언을 넘어 유통업의 문법 변화를 보여주는 출발점으로 기록될 것으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