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 시장 혼란 속에서 한국 해운업체 장금상선(시노코)이 초대형 유조선 투자로 막대한 수익을 거두고 있다고 외신이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이 14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시노코의 선제적 투자 전략이 현재 글로벌 에너지 위기 상황에서 큰 성과를 내고 있다.
시노코는 중동 전쟁이 시작되기 전부터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확보에 적극 나서며 선단 규모를 대폭 늘렸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시노코가 운용하는 초대형 유조선은 약 150척에 달한다. 이는 제재를 받지 않거나 다른 계약에 얽매이지 않은 선박 중 약 40%를 차지하는 규모다.
특히 전쟁 발발 몇 주 전 최소 6척의 빈 VLCC를 페르시아만 지역으로 미리 배치해 화물 적재를 대기 시킨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 조치를 취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원유 수출 차단으로 중동 지역 저장 시설이 급속히 포화 상태에 도달했고, 글로벌 석유 기업들은 유조선을 '해상 저장소'로 사용하기 시한 것이다.
이러한 상황 변화로 유조선 용선료가 급격히 상승했다. 시노코는 현재 일부 선박을 하루 약 50만 달러(약 7억5000만원)에 임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작년 평균 대비 약 10배 수준이다.
블룸버그는 이런 계약 조건이 지속될 경우, 올해 초 척당 약 8800만 달러에 구매한 선박의 투자금을 6개월도 안 되어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원유 운송 운임 역시 크게 올랐다. 선박 중개업자들에 따르면 중동에서 중국까지 원유를 운송하는 비용은 배럴당 약 20달러로, 작년 평균 약 2.5달러보다 대폭 상승한 상태다.
런던 소재 선박 중개업체 페언리십브로커스의 할보르 엘레프센 이사는 블룸버그에 "시노코는 최근 상당한 규모의 선대를 통제하면서 시장에 큰 영향을 미쳤다"며 "경쟁을 더욱 치열하게 만들었고 경우에 따라서는 사실상 가격을 제시하는 위치에 있었다"고 평가했다.
1989년 설립된 한중합작회사 '장금유한공사'로 시작한 시노코는, 1998년 한국과 중국 자본이 철수해 정태순 회장이 지분을 매입하며 대주주로 등극했고, 1999년 국적선사인 장금상선을 설립했다.
장금상선이란 국문명은 중국 양쯔강(장강, 長江)과 대한민국의 금수강산(錦繡江山)에서 한 자씩 따온 것이다. 시노코 역시 중국(Sino)과 한국(Kor)을 의미한다.
현재 한국해운협회 회장을 역임한 정태순 회장이 경영하고 있으며, 이번 유조선 확보 전략은 그의 아들인 정가현 시노코페트로케미컬 이사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이사는 업계 밖에서는 상대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지만, 주요 계약을 직접 협상하고 중요한 의사결정을 스스로 내리는 것으로 전해진다.
블룸버그는 그가 보안 메신저인 왓츠앱을 통해 사내 지시와 외부 거래를 진행하고, 직원이나 사업 파트너와 팔씨름을 즐기는 것으로도 유명하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투자 성과를 전략과 시장 상황이 맞아떨어진 결과로 해석하고 있다.
에너지 데이터 업체 엔버러스의 칼 래리 애널리스트는 "좋은 투자 포지션은 전략과 운이 결합된 결과"라며 "시노코의 유조선 확보 결정은 매우 유리한 시점에 이뤄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