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3월 07일(토)

정용진 오프라인 실험, 숫자로 돌아와... 이마트 반등 이후가 더 중요하다

디지털 소비가 일상이 됐지만, 오프라인 유통의 존재 이유까지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이제 유통업의 경쟁은 얼마나 빨리 배송하느냐를 넘어, 소비자가 왜 굳이 매장을 찾게 만드느냐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신세계그룹이 최근 이마트와 스타필드를 중심으로 보여주는 변화는 이 지점을 정면으로 파고든 사례로 읽힙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오래전부터 강조해 온 오프라인 공간 혁신이 한때 과도한 투자와 실험으로 비쳤다면, 지금은 적어도 일정 부분 숫자로 되돌아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불과 1년여 전만 해도 시장의 시선은 냉담했습니다. 2024년 6월 이마트 주가가 5만 8,000원대까지 밀리자, 일각에서는 이를 전통 유통업의 구조적 쇠퇴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짙었습니다. 


스타필드 빌리지 운정 외관 / 사진제공=신세계프라퍼티


쿠팡을 비롯한 이커머스의 급성장, 중국계 초저가 플랫폼의 확산, 소비 침체가 한꺼번에 겹치면서 대형마트의 미래에 대한 회의론도 커졌습니다. 여기에 신세계건설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부담, SSG닷컴 재무적투자자 풋옵션 우려 등 그룹 차원의 부담 요인까지 겹치며 이마트를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은 한층 더 얼어붙었습니다.


다만 당시 주가 하락을 단순히 '이커머스에 밀린 결과'로만 해석하는 것은 지나치게 단선적이었다는 시각도 적지 않습니다. 실제로 이마트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유통 본업의 경쟁력 저하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복합 변수의 산물이었습니다. 그룹 전반의 재무 리스크, 소비 둔화, 비용 구조 부담이 한꺼번에 겹친 국면이었던 만큼, 이를 곧바로 정용진 회장의 리더십 문제로만 환원하는 해석은 다소 단편적이라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오히려 이후 흐름을 보면 신세계는 위기 국면에서 방향을 더 분명히 잡았습니다. 2023년 창사 이래 첫 연간 적자를 기록한 뒤 이마트는 희망퇴직과 조직 통폐합, 통합 매입 체계 구축 등 강도 높은 체질 개선에 나섰습니다. 이마트·이마트 에브리데이·이마트24의 매입 기능을 하나로 묶어 원가 경쟁력을 높이고 고정비 구조를 손보는 작업도 본격화했습니다. 유통업에서 매입 체계 효율화는 곧 가격 경쟁력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단순한 비용 절감이 아니라 본업 복원에 가까운 조치였습니다.


실제 숫자도 반응했습니다. 2025년 이마트의 연간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무려 584.8% 늘어난 3,225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기저효과를 감안하더라도 적자 국면에서 빠르게 벗어나 수익성을 회복했다는 점은 시장이 주목할 만한 변화입니다. 체질 개선과 통합 매입 시너지가 실적에 일정 부분 반영됐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입니다.


그러나 신세계의 변화가 비용 구조 손질에만 머물렀다면 지금 같은 재평가는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더 주목할 대목은 정 회장이 오프라인 공간 자체의 역할을 다시 설계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단순히 상품을 진열하고 판매하는 장소가 아니라, 머무르고 싶은 곳으로 매장을 바꾸려는 시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온라인이 대체하기 어려운 오프라인만의 영역을 다시 넓히려는 시도입니다.


신세계그룹 정용진 회장, 현장경영 모습 / 사진제공=신세계그룹


대표 사례로 거론되는 곳이 스타필드 마켓 죽전점입니다. 2024년 8월 리뉴얼 이후 이 매장은 판매 면적 일부를 줄이고 키즈 도서관과 커뮤니티 라운지 등 체류형 공간을 강화하는 역발상을 택했습니다. 매대를 비우면 매출이 줄어든다는 기존 유통 문법과는 다른 접근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방문객 수는 22%, 매출은 28% 증가하며 이마트 전체 점포 중 매출 1위가 됐습니다. 고객 체류 시간 확대가 실제 소비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가설이 점포 운영 성과로 일부 확인된 셈입니다.


트레이더스의 성장도 같은 흐름입니다. 고물가 국면에서 대용량·가성비 소비 수요를 흡수하며 분기 매출 1조 원 벽을 돌파했고, 스타필드 빌리지는 생활 밀착형 포맷으로 일상 속 접점을 넓히고 있습니다. 신세계가 오프라인을 단일 모델로 보지 않고, 소비 목적에 따라 포맷을 나눠 대응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정 회장의 전략이 매장을 예쁘게 바꾸는 수준이 아니라 포맷별 역할을 다시 정의하는 작업이라는 점에서, 시장이 다시 보기 시작한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자본시장도 이런 변화를 읽고 있습니다. 한때 그룹 리스크와 유통업 불황 우려가 주가를 눌렀다면, 최근에는 오프라인 3사의 통합 시너지와 이마트의 턴어라운드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시각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신세계를 두고 '전통 유통의 한계'를 먼저 떠올리던 시각이, 오프라인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바뀌고 있습니다.


다만 곧바로 '정답이 나왔다'고 단정하기는 이릅니다. 죽전점 같은 성공 사례가 전 점포로 확장될 수 있는지, 공간 혁신이 일시적 화제를 넘어 구조적 수익성으로 안착할 수 있는지는 아직 지켜볼 대목입니다. 통합 매입과 체질 개선 효과도 한 번의 반등으로 끝날지, 안정적인 실적 체력으로 굳어질지는 시간이 보여줄 것입니다.


사진 제공 = 이마트


그럼에도 분명한 점은 있습니다. 정용진 회장은 오프라인의 답을 여전히 공간에서 찾고 있습니다. 온라인이 더 편해질수록 오프라인은 더 이유 있는 장소가 돼야 한다는 것, 신세계의 최근 행보는 그것을 실제 검증하는 과정으로 보입니다. 정 회장이 밀어온 오프라인 전략이 일시적 반등을 넘어 구조적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결국 2026년 성과가 답할 것으로 보입니다.


사진제공=신세계그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