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3월 04일(수)

대한항공-아시아나 통합, 조원태의 비전은 나왔다... 남은 건 운영 검증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을 통해 '글로벌 메가 캐리어'로 도약하겠다고 다시 선언했습니다. 


통합의 속도가 빨라지는 이 시점, 시장의 관심은 이제 비전의 크기보다 실행의 구체성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대한항공은 2024년 12월 12일 아시아나항공 지분 63.88%를 취득해 자회사 편입을 마쳤고, 연내 통합 작업을 진행해 2027년 1월 대한항공 브랜드 아래 완전 통합하는 일정을 제시해 왔습니다. 이제 핵심 질문은 '왜 합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흔들림 없이 하나가 되느냐'입니다.


지난 3일 조 회장은 대한항공 창립 57주년 기념사에서 올해를 "통합 항공사 출범 준비를 마무리하는 시간이면서 새롭게 선보이는 통합 대한항공 역사의 첫 페이지를 여는 아주 중요한 해"로 규정했습니다. 이는 자신감의 표현이면서도, 통합 과정이 여전히 진행형이라는 현실을 함께 드러내는 대목입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 사진제공=대한항공


실제로 조 회장이 '완벽한 준비 상태', '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완전한 원팀', '절대적인 안전', '차별화된 서비스'를 반복해 강조한 점은, 통합의 핵심 과제가 여전히 조직 융합과 현장 안정성에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읽힙니다.


특히 '한 팀' 메시지는 가장 핵심적인 장면입니다. 재무적·법적 결합은 상당 부분 진척됐지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조직문화 차이, 업무 방식의 간극, 중복 기능 재배치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피로감은 남아 있는 게 현실입니다. 대한항공이 인위적 구조조정 대신 재배치를 약속했고, 일부 부서의 사전 업무공간 통합과 '통합 비행 준비실' 운영까지 진행하고 있다는 점은 이번 통합의 본질이 결국 '사람과 조직'에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조 회장이 '절대적인 안전'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이는 고객 신뢰를 다지기 위한 메시지이면서, 통합 국면에서 가장 민감한 지점이 안전과 서비스의 수준 유지라는 점을 회사도 잘 알고 있다는 뜻에 가깝습니다. 


대한항공은 올해 1월 항공안전전략실을 부회장 직속으로 격상했고, 대한항공·아시아나 운항승무원의 정기 훈련 프로그램도 선제적으로 통합했습니다. 통합 이후의 경쟁력을 말하기에 앞서, 통합 과정에서 안전 기준이 흔들리지 않는다는 확신부터 시장에 줘야 한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셈입니다.


다만 이번 기념사에서 가장 아쉬운 대목은 구체적 실행 로드맵의 부재입니다. 마일리지 통합안은 대한항공이 지난해 9월 구 아시아나 마일리지를 통합 후 10년간 별도 관리하고, 탑승 마일리지는 1대1, 제휴 마일리지는 1대0.82 비율로 전환하는 방안을 공개한 뒤 공정거래위원회 판단을 앞두고 있습니다. 


사진제공=대한항공


저비용항공사 통합 역시 진에어를 중심으로 에어부산·에어서울을 묶는 방향으로 잡혔고, 통합 법인 출범 목표 시점은 2027년 1분기로 제시돼 있습니다. 그러나 중복 노선 조정, 고객이 체감할 서비스 변화, 세부 전환 기준 같은 질문에는 여전히 더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합니다.


대한항공은 이번 통합으로 국제선 공급 기준 세계 12위권 항공사로 올라서며, 인천 허브 경쟁력 강화와 통합 시너지 확대라는 기대를 키우고 있습니다. 그러나 진짜 성패는 선언의 웅장함이 아니라, 고객의 불안을 얼마나 실질적으로 줄이고 내부 마찰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관리하며 안전과 서비스 수준을 유지·개선한 채 하나의 항공사로 안착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조원태 회장이 말한 '새로운 첫 페이지'는 이제 구호가 아니라 숫자와 운영, 그리고 축적된 신뢰로 채워져야 할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