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맨체스터의 한 골프장에서 130여 년 전 사라진 대저택의 와인 저장고가 우연히 발견되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지난 3일(현지 시간) 영국 데일리메일, 미러 등 현지 언론들은 트래퍼드 지역 데이비흄 파크 골프 클럽에서 지난달 28일 13번 홀 티박스 근처 지하에서 거대한 와인 저장고를 발견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번 발견의 주인공은 골프장 부수석 그린 키퍼 스티브 홉킨스였습니다. 홉킨스는 아침 일상 점검을 하던 중 13번 홀 주변에서 작은 싱크홀을 발견했습니다. 그는 처음에 배수관이 파손되어 생긴 것으로 판단하고 수리를 위해 소형 굴착기를 동원해 해당 지역을 파기 시작했습니다.
굴착 작업 중 예상치 못한 거대한 지하 공간이 드러났고, 그 아래로는 정밀하게 쌓아 올린 벽돌 터널의 입구가 모습을 나타냈습니다. 홉킨스는 손전등을 준비해 직접 터널 안으로 들어가 탐사를 진행했습니다.
터널 내부에는 아치형 천장 구조를 갖춘 와인 저장고가 완전한 형태로 보존되어 있었습니다. 저장고 안에는 라벨이 없는 검은색 유리병 수백 개가 벽돌 더미와 함께 곳곳에 흩어져 있는 상태였습니다. 이 병들은 손으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100년 이상 된 와인병과 포트 와인병들로, 내용물은 모두 비어있었습니다.
저장고 반대편 끝부분에도 또 다른 입구가 확인됐지만, 잔해들로 인해 막혀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홉킨스는 막힌 입구 너머에 추가적인 구조물들이 더 존재할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후속 조사를 통해 이 지하 공간은 1888년 철거된 '데이비흄 홀' 저택의 일부분으로 확인됐습니다. 이곳은 당시 배관공, 전기공, 목수 등 각종 기술자들이 출입하던 통로로 사용됐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데이비흄 홀 저택은 12세기 흄 가문이 건설한 후 대대로 소유해오다가 노리스 가문으로 소유권이 이전됐습니다. 1844년에는 경주마를 사랑했던 로버트 헨리 노리스에게 상속됐으며, 1888년 저택이 완전히 철거된 후 1911년 현재의 골프장이 조성됐습니다.
맨체스터 대학교 역사학과 찰스 인슬리 선임강사는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저택 철거 당시 사람들이 저장된 와인들을 모두 마셨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흥미로운 사실은 13번 홀이 오랫동안 '저장고'라는 뜻의 '셀러스'라는 별칭으로 불려왔다는 점입니다. 현지 언론들은 138년 전 폐쇄됐음에도 불구하고 이 부지의 비밀이 완전히 잊혀지지 않고 세대를 거쳐 구전으로 전해진 것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홉킨스는 '셀러스'라 불리던 곳 아래에서 실제 저장고를 발견한 것은 순전한 우연이라며 "발견된 지하 공간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골프 클럽 회원들은 새롭게 발견된 와인 저장고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일부 회원들은 이를 골프 코스의 일부로 개방하자는 제안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클럽 측은 발굴된 와인병들을 구매하겠다는 외부 제안들을 받았지만, 클럽 내부에서 전시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현재 지역 의회 소속 역사학자들이 현장 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해당 와인병들은 모두 현장에서 수거된 상태입니다. 13번 홀 주변 지역은 조사가 완료될 때까지 출입이 통제되고 있습니다.
영국에서 네 번째로 오래된 골프장으로 알려진 데이비흄 파크 골프클럽에서 역사적 유물이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2~3년 전에는 두 번째 페어웨이에서 약 9m 길이의 우물이 발견되어 저택 시절 마구간이 있던 위치로 추정되기도 했습니다. 또한 11번 페어웨이에는 저택의 마지막 주인이었던 로버트 헨리 노리스가 가장 아꼈던 경주마가 묻혀있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