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지 4년이 지난 가운데, 전쟁으로 인한 인구 감소 속에서도 조국의 미래를 위해 출산을 선택하는 우크라이나 여성들의 이야기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지난 22일(현지 시간) 영국 가디언은 2022년 2월 러시아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 인구가 1000만명 이상 감소한 상황에서도 출산을 이어가는 여성들을 조명했습니다. 작년 10월 셋째 아이를 출산한 이반나 디두르는 "최전선에 있는 사람들에게 빚을 졌다고 느껴요. 출산은 애국이라고 생각합니다"라며 "남아서 아이들을 키우고, 우크라이나에 대해 이야기해 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우크라이나의 출생률은 세계 최저 수준까지 떨어진 상태입니다. 사망자 3명당 출생아 1명 비율을 보이고 있으며, 한 병원의 통계에 따르면 2022년 분만 건수는 868건으로 전쟁 전인 2020년 2300건 대비 절반 이상 감소했습니다. 작년 분만 건수는 952건으로 소폭 증가했지만 여전히 전쟁 이전 수준에는 크게 못 미치는 상황입니다.
키이우의 한 주산기 센터 전 산부인과 책임자 키릴로 벤츠키브스키는 "전체적으로 출생률은 아마 30% 정도 감소했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인구 역시 전쟁 전 4100만명에서 현재 러시아 점령 지역을 제외하고 3000만~3200만명 사이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어려운 상황에서도 일부 우크라이나 여성들은 출산을 애국적 행위로 여기며 지속하고 있습니다. 이반나 디두르는 "러시아가 문 앞까지 오지 않는 한 우리는 떠나지 않을 것"이라며 "우크라이나가 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러시아는 단지 돈바스에서 아주 미세한 걸음만 내딛고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작년 중순 출산해 생후 20개월 된 딸을 둔 발레리아 이바셴코도 "저는 우크라이나가 결국 패배할 거라고 믿지 않는다"며 "러시아는 우리를 꺾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너무 많은 사람이 친구와 사랑하는 이를 잃었고 파괴도 엄청났지만, 우크라이나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전쟁 발발 당시 아이가 없었던 이바셴코는 "어린 딸이 공습 경보 사이렌을 알아듣는다"면서도 "전쟁은 장기적으로 계속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여기서 우리의 삶을 계속 쌓아 가고 싶다"고 했습니다. 또한 "전쟁은 우크라이나를 더 단합하게 만들었다"며 "우리는 우크라이나 정체성을 더 자랑스러워하게 됐다. 러시아가 두렵지 않다"고 표현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출생률 제고를 위한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의회는 지난 1월 출생률 감소를 막기 위해 신생아를 낳은 산모에게 지급하는 일시금을 5만 흐리우냐(약 166만원)로 인상하고, 직업이 없는 임산부에게는 매달 보조금 7000흐리우냐(약 23만원)를 지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러한 산모 복지 정책으로 해외에서 돌아오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벤츠키브스키는 "미국에서 출산하는 데 3만~4만 달러가 든다고 추산한다. 그 돈이면 키이우 외곽에 원룸 아파트를 살 수 있다"며 "이 때문에 해외로 나갔던 임신부 중 일부는 다시 돌아오기도 한다"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