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가 주주환원 강화 기조를 앞다퉈 내세우는 가운데, 배당이라는 동일한 수단이 기업마다 다른 메시지를 내고 있습니다. 이마트는 2025년 결산 기준 주당 배당금을 2500원으로 확정하며 전년 대비 25% 인상했고, ㈜신세계는 주당 5200원으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롯데지주 역시 보통주 기준 1250원으로 소폭 인상했습니다.
같은 시기 현대백화점그룹 지주사인 현대지에프홀딩스는 주당 배당금을 210원에서 300원으로 올렸습니다. 인상률은 약 43%에 달합니다. 단순 금액만 놓고 보면 경쟁사 대비 절대 수준은 낮지만, 지주사 체제라는 구조를 감안하면 셈법이 달라집니다.
핵심은 배당 규모가 아니라 그 자본이 향하는 종착지입니다.
이마트와 신세계의 배당 확대는 사업회사 차원의 주주환원 정책 강화로 읽힙니다. 실적 개선과 연동된 배당 기조, 혹은 최소 배당 상향을 통한 정책 제도화가 뼈대입니다. 시장이 이를 밸류업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하는 이유입니다.
반면 현대지에프홀딩스의 고배당 기조는 지배구조 '최상단'에 효과가 집중됩니다. 정지선 회장은 현대지에프홀딩스 지분 39.7%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치면 무려 70%대에 이릅니다. 지주사의 배당 인상이 곧바로 오너 일가의 현금 확보로 직결되는 구조입니다.
이번 2025년 결산 배당 300원은 중간배당 65원과 결산배당 235원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전년 대비 43%나 올린 것은 단순한 배당 상향을 넘어 그룹 내 자본 배분의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특히 지난해는 현대백화점 본업의 실적이 부진했던 시기입니다. 소비 침체와 이커머스 공세 속에서 연결 기준 영업이익과 매출이 나란히 줄었습니다. 오프라인 유통업 특성상 점포 리뉴얼이나 신사업 투자 등 자금 소요가 큰 상황임에도, 사업회사가 아닌 지주사 배당을 대폭 끌어올린 점은 업계의 이목을 끌 수밖에 없습니다.
지주사 체제는 본질적으로 계열사 이익이 지주사로 수렴하는 구조입니다. 사업회사가 번 돈이 배당을 통해 지주사로, 다시 오너 일가로 이동합니다. 이 과정에서 단행된 배당 확대는 일반적인 주주환원이라기보다 지주사 차원의 치밀한 현금 설계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실제 재계에서는 대기업 오너들이 고배당을 통해 장기간 자금을 축적해 지배구조 안정화나 증여·상속세 재원으로 활용한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현대백화점그룹의 이번 결정을 당장 특정 목적과 연결 짓기는 무리지만, 실적 악화 국면에서 40% 이상 배당을 늘린 배경에 시장의 해석이 분분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이마트·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의 행보를 비교하면 차이는 더욱 뚜렷해집니다. 앞선 두 곳이 사업회사 중심의 주주환원 강화에 방점을 찍었다면, 현대지에프홀딩스는 지주사 중심의 현금 흐름에 집중했습니다. 겉보기엔 같은 '배당 인상'이지만, 자본이 향하는 실제 경로는 판이한 셈입니다.
관건은 향후 기조입니다. 지주사 고배당이 장기적인 주주환원 정책의 일환이라면 앞으로도 이 같은 수준이 유지되어야 합니다. 사업회사에 대한 투자나 재무 건전성 관리와 어떻게 균형을 맞출지도 면밀히 지켜볼 대목입니다.
현대백화점그룹의 이번 배당 결정은 단순한 액수보다 지주사 체제 내의 자금 흐름 구조를 명확히 드러냈습니다. 상단으로 쏠린 현금이 향후 그룹의 실적 회복과 자본 정책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