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2월 27일(금)

HQ 체제 폐지 두 달... 분권 속 롯데지주, 자본 배분 시험대 올랐다

롯데그룹이 지난해 말 인사에서 2022년 도입했던 HQ 체제를 해체하고 계열사 중심 분권 경영으로 전환한 지 두 달이 지났습니다.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고 책임 경영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였습니다. 실제로 화학군 일부 PSO를 제외한 전 사업군이 자율적인 전략 수립 구조로 옮겨가며 현장 중심 체제가 강화됐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러나 분권이 강화될수록 역설적으로 지주사인 롯데지주의 역할은 더 무거워지고 있다는 게 대체적 시각입니다. 개별 계열사가 각자의 생존 전략에 집중할수록, 그룹 차원의 자본 배분과 중장기 포트폴리오 방향을 설명하는 주체는 결국 지주사일 수밖에 없기 떄문입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인사이트


현재 주요 계열사들의 실적을 보면 지주의 조율 기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것으로 보입니다.


화학 부문의 핵심인 롯데케미칼은 2025년 연결 기준 9,436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습니다. 석유화학 업황 둔화 장기화에 인도네시아 LCI 신규 가동 초기 비용까지 겹치며 4분기에만 4,339억 원의 적자를 냈습니다. 업황 회복 시점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 부담까지 안고 있다는 점은 그룹 차원의 자본 전략과 직결되는 문제로 평가됩니다.


건설 부문 역시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롯데건설은 약 3조 5,000억 원 규모의 PF 우발채무 리스크를 관리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최근 7,000억 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마치며 3분기 214%에 달했던 부채비율을 170%대로 낮추는 등 재무 안정화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금융 비용 부담은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습니다.


유통 부문의 롯데쇼핑은 백화점과 해외 사업 호조에 힘입어 2025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5.6% 증가한 5,470억 원을 기록하며 순이익 흑자 전환에 성공했습니다. 다만 마트와 슈퍼 사업은 수익성 악화라는 숙제를 동시에 드러냈습니다. 사업부 간 온도차가 뚜렷해진 만큼 선택과 집중에 대한 요구도 커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그룹 지배구조의 '미완성 퍼즐'로 꼽히는 호텔롯데의 존재는 지주사의 판단을 더욱 복잡하게 만듭니다. 일본 롯데홀딩스에서 호텔롯데, 그리고 롯데지주로 이어지는 구조 속에서 호텔롯데 기업공개는 지배구조 개편의 마지막 단계로 거론돼 왔습니다. 호텔롯데는 2025년 구조조정과 다이궁(중국 보따리상) 의존도 축소를 통해 3분기 누적 면세부문 영업이익 401억 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습니다.


롯데월드타워와 롯데월드몰 / 인사이트


하지만 여전히 롯데건설에 대한 1조 9,000억 원 규모의 직간접 자금 지원 등으로 재무적 피로도를 안고 있어, 독자적인 상장 동력 확보와 그룹 자금줄 역할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져 있습니다.


각 계열사가 뼈를 깎는 개별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이를 아우르는 지주사의 짐 역시 가볍지 않습니다. 롯데지주의 부채비율은 계열사 자금 지원 및 조달 여파로 2024년 말 146%에서 2025년 3분기 말 기준 156%까지 상승했습니다. 금융비용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에서도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여전히 0.4배 안팎에 머물며 자본시장에서 평가 할인(디스카운트) 상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결국 자본시장은 단기 실적보다 지주의 자본 배분 원칙을 묻고 있습니다. 배당 정책의 방향성, 자사주 활용 기조, 비핵심 자산 정리 여부, 계열사 간 자본 재배치 전략은 모두 지주 차원의 결단이 필요한 사안입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분권은 책임 경영을 강화하는 장점이 있지만, 그룹 차원의 전략 메시지가 분산되면 시장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시장은 지주가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정리할 것인지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분권 체제에서는 각 계열사가 개별 전략을 세우지만, 그룹 전체의 사업 우선순위를 조정하고 자본을 재배치하는 최종 판단은 지주에 달려 있습니다. 선택과 집중이 지연될 경우 분권은 효율이 아닌 분산으로 읽힐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소공동 롯데호텔과 롯데백화점 / 사진제공=롯데그룹


HQ 해체 이후 롯데지주의 조정 기능이 어떤 방식으로 재정립되고 있는지도 관심사입니다. 과거처럼 전면에 나서는 방식이 아니라 자본 배분과 리스크 관리, 투자 방향 설정에 집중하는 '보이지 않는 컨트롤타워'로 기능을 옮겼다면, 이제는 그 역할을 숫자와 실행 계획으로 증명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관건은 분권 그 자체가 아니라 설득 구조입니다. 분권 체제 속에서도 그룹 전체의 방향을 시장에 설득하는 책임은 롯데지주에 남아 있습니다. 다가오는 정기 주주총회와 실적 발표 시즌, 지주가 어떤 자본 배치 원칙과 사업 재편 로드맵을 제시하느냐에 따라 롯데의 기업가치 회복 속도 역시 달라질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