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을숙도 길고양이 급식소 설치를 둘러싼 10년간의 법정 분쟁이 동물단체의 패소로 마무리됐습니다. 법원은 천연기념물 지역에서 철새 보호가 길고양이 보호보다 우선한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지난 8일 한겨례 보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는 동물학대방지협회가 국가유산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길고양이 급식소 설치 허가'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고 밝혀졌습니다.
분쟁의 발단은 2002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을숙도에 자동차극장이 건설되면서부터였습니다. 방문객들이 남긴 음식물로 인해 길고양이 개체수가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2010년대 중반 을숙도 길고양이는 200∼300마리까지 늘어났으며, 겨울철 먹이 부족 시기에는 철새들을 공격하는 사례가 발생했습니다.
동물학대방지협회는 2016년 부산시, 사하구청과 협력해 길고양이 중성화 사업을 시작하며 급식소를 설치했습니다. 이후 국가유산청에 을숙도 내 급식소 설치에 대한 국가지정문화유산 현상변경 허가를 요청했습니다.
국가유산청은 "길고양이 번식력 증진과 개체수 증가가 철새 포식 피해 등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며 허가를 거부했습니다. 또한 원상회복을 명령해 부산시가 길고양이 급식소 15개를 직접 철거하기도 했습니다.
동물협회는 2024년 재차 허가를 신청했지만 다시 불허 결정을 받았고, 이에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부산시가 의뢰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을숙도 길고양이는 총 100마리였습니다. 이 중 66마리가 급식소 인근에 서식하고 있었고, 18마리는 핵심보전지구에 거주하고 있었습니다.
재판부는 "길고양이가 급식소 주변에 집중되는 현상이 확인된다"면서도 "급식소 인근 서식 밀도 증가로 먹이 경쟁에서 밀려난 개체들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 을숙도 내 길고양이 서식권이 확대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법원은 "을숙도 내 고양이 급식소가 96개에 달해 무분별한 설치와 운영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국가유산청의 불허 처분에서 정당한 이익형량 누락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최종적으로 "급식소 설치·운영 허가 시 을숙도 내 길고양이 개체수 증가 우려가 있으며, 증가한 길고양이가 철새와 먹잇감을 사냥해 인근 생태계에 더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결론지었습니다. 국내 최대 철새 도래지인 을숙도에서 길고양이 급식소 설치로 인한 생태계 위협이 길고양이 보호 효과보다 더 클 것이라는 판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