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3월 10일(화)

'한화시스템 vs KAI', 30분마다 북한 들여다보는 1조원짜리 '초소형 위성' 사업서 격돌한다

정부가 추진하는 1조 원대 초소형 합성개구레이더(SAR) 위성 사업을 둘러싸고 한화시스템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정면 승부에 돌입했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총 1조 4223억 원을 투입해 2030년까지 150kg 미만의 SAR 위성 40기를 중심으로 한 초소형 위성 체계를 구축하는 계획을 추진 중입니다. 


정부는 연내에 사업자를 선정한 뒤 시제기 개발과 양산 체계 구축에 착수할 예정입니다.


ASR 위성 / 한화시스템


이번 사업의 핵심은 감시 공백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데 있습니다. 현재 운용 중인 군 정찰위성 체계는 고해상도 영상 확보 능력은 뛰어나지만 동일 지역을 다시 관측하기까지 약 2시간이 소요된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북한의 이동식 발사대 운용 패턴을 감안하면 이 시간차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공백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초소형 SAR 위성 40기가 궤도에 배치될 경우 한반도 관측 주기는 20~30분 수준으로 단축될 전망입니다. 


전파를 쏘아 반사 신호를 분석하는 SAR 방식은 야간과 악천후에도 지형과 이동 표적을 식별할 수 있어 군의 핵심 감시·정찰 체계에서 중추적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 사업은 단순한 군 위성 조달을 넘어 국내 '뉴스페이스' 산업과 군집 위성 운용 체계의 향방을 가를 분수령으로 평가됩니다. 다수 위성을 군집으로 묶어 운용하는 능력이 전력의 질을 좌우합니다.


한화시스템의 소형 SAR 위성 / 한화시스템


저비용으로 다수의 초소형 위성을 반복 발사하고 운용하는 경험은 향후 민간 상업 위성 시장 진출의 핵심 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위성 본체와 탑재체, 지상체계, 운용 노하우 전반을 누가 주도적으로 확보하느냐에 따라 국내 우주산업의 경쟁 구도 역시 크게 달라질 가능성이 큽니다.


한화시스템은 탑재체 기술과 양산 역량을 최대 강점으로 내세웁니다. 


전자광학(EO)·적외선(IR)·SAR 센서를 모두 갖춘 국내 주요 기업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핵심 부품의 내재화를 통해 조달 기간을 단축하고 공정 관리에서도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전략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미 1m급 SAR 위성 발사 경험을 확보했으며, 25cm급 초고해상도 SAR 위성도 개발 단계에 있습니다. 


제주 서귀포시 하원동에 준공한 제주우주센터 / 한화시스템


지난해 말 준공한 제주우주센터를 통해 연간 최대 100기 수준의 위성을 생산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계획도 밝히고 있습니다.


반면 KAI는 국가 위성 사업을 통해 축적한 체계 종합 경험과 시험 인프라를 앞세웁니다. 


다목적 실용위성 '아리랑' 시리즈와 군 정찰위성 사업을 통해 설계·조립·통합·시험·운용 지원까지 전 주기를 수행해 온 이력이 핵심 경쟁력으로 꼽힙니다. SAR 레이다 기술 확보를 위해 LIG넥스원과 협력 체계도 구축했습니다. 


경남 사천 본사에 조성된 통합 우주센터와 함께 2024년 7월 구축한 4톤급 열진공 챔버 역시 KAI가 내세우는 주요 자산입니다. 


이 장비는 우주 환경과 유사한 진공·극저온 조건을 구현해 위성의 정상 작동 여부를 검증하는 설비로, 동시에 최대 8기의 초소형 위성을 시험할 수 있어 향후 대량 생산 체계의 기반으로 평가됩니다.


30년 가까이 군 위성 사업에서 주도적 위치를 지켜온 KAI에 한화시스템이 본격적으로 도전장을 내민 구도라는 점에서 이번 경쟁은 상징성이 큽니다. 


KAI 우주센터 전경 / KAI


어느 쪽이 최종 사업자로 선정되느냐에 따라 향후 국내 감시·정찰 위성 산업의 구조는 물론 민군 겸용 우주 기술 축적의 방향까지 달라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초소형 SAR 위성 사업을 둘러싼 두 기업의 맞대결이 국내 우주·방산 산업의 또 하나의 전환점이 될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