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네바다주 모하비 사막 한복판에서 극한 환경을 이겨내며 살아가는 희귀 물고기가 과학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습니다.
엄지손가락만한 크기의 '데블스홀 퍼피시'(Cyprinodon diabolis)는 기존 생물학 상식을 뒤엎는 놀라운 생존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최근 포브스 재팬이 집중 조명한 데블스홀 퍼피시는 척추동물이 생존하기 어려운 극한 조건에서 수십 년간 개체군을 유지해온 특별한 어종입니다.
이 물고기의 서식지인 '데블스홀'(악마의 구멍)은 사막 한가운데에 있는 석회암 균열로 이뤄진 특수한 환경으로, 연중 수온이 섭씨 33~34도에 달하고 용존산소량이 극도로 낮아 대부분의 생물이 살아남을 수 없는 곳입니다.
생물학자들이 1930년 처음 학술적으로 기록한 이 푸른빛 물고기는 당시부터 인근 애시 메도스(Ash Meadows) 샘에 서식하는 퍼피시와는 다른 독립된 종으로 확인됐습니다. 하지만 극한 환경에서의 안정적인 개체군 유지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견해가 지배적이었습니다.
데블스홀 퍼피시는 얕은 암반 위에 형성된 조류를 주요 먹이원으로 삼아 생활합니다. 개체 수는 환경 조건에 따라 큰 폭으로 변동하며, 가혹한 환경 조건이 지속되는 해에는 40마리 이하까지 감소하기도 합니다. 이는 단 한 차례의 자연재해나 환경 변화만으로도 완전한 멸종 위험에 직면할 수 있는 극도로 취약한 수준입니다.
이들의 생존 비결은 독특한 대사 시스템에 있습니다. 2015년 연구 결과에 따르면, 데블스홀 퍼피시는 산소가 완전히 고갈되기 전 산소 소비를 거의 중단하고 혐기성 대사 상태로 전환하는 '역설적 혐기성 호흡'을 구사합니다.
연구진은 이를 고온·저산소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한 특별한 방어 기작으로 분석했습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2022년 게놈 분석을 통해 밝혀졌습니다. 데블스홀 퍼피시는 극심한 근친교배로 인해 유전적 다양성이 현저히 감소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종족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유전적 다양성이 낮으면 멸종한다'는 기존 진화생물학의 정설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결과입니다.
데블스홀 퍼피시의 사례는 생물의 적응력과 생존 전략이 기존 과학적 예측을 뛰어넘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 작은 물고기가 보여주는 극한 생존 능력은 기후변화와 환경 파괴가 가속화되는 현 시점에서 생물 다양성 보존 연구에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