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탑승객은 다른 소비자보다 평가가 매섭습니다. 항공권은 고가 상품인 데다, 안전과 정시성이 흔들리면 여행의 시작과 끝이 통째로 무너집니다. 좌석, 수하물, 체크인 같은 불편도 바로 체감으로 이어집니다. '목숨과 시간'을 함께 맡기는 이용자라는 점에서, 항공사에 대한 고객의 눈높이는 본질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깐깐한 고객'이 매긴 만족도 조사에서 대한항공은 상위권을 지켰습니다. 여행 리서치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발표한 항공사 체감만족도 평가에서 대한항공은 대형 항공사(FSC) 부문 713점으로 3위를 기록했습니다.
1위는 에미레이트항공(793점), 2위는 싱가포르항공(748점)이었습니다. 두 항공사는 모두 전 세계에서 이견 없이 '최고'로 꼽히는 항공사들입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대한항공이 일본항공(JAL·670점)을 앞섰다는 점입니다. JAL은 5위에 머물렀고, 태국항공(669점)도 비슷한 수준이었습니다. 항공 수요가 회복되며 서비스 경쟁이 다시 치열해진 환경에서, 대한항공이 일본 국적기를 제쳤다는 점은 눈에 띕니다.
조사는 지난 1년간 항공사 이용 경험이 있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진행됐습니다. 정보탐색 및 예약·문의, 발권·체크인, 탑승·하차, 기내환경·시설, 기내서비스, 비행서비스, 가격 대비 가치 등 7개 항목을 평가해 1000점 만점으로 환산하는 방식입니다.
이용 과정 전반을 통틀어 "어디에서 좋았고, 어디에서 불편했는지"를 묻는 구조로 이뤄졌습니다. 탑승객의 실제 체감이 비교적 명확하게 드러난다는 점에서 업계도 민감하게 보는 지표로 꼽힙니다.
'만족도'와 별개로 '선호도' 지표도 흥미롭습니다. '이용하고 싶은 항공사'를 묻는 항목에서 대한항공은 40.4%로 압도적 1위를 유지했습니다.
만족도 순위는 3위였지만, 소비자 선택은 여전히 대한항공으로 강하게 쏠린다는 뜻입니다. 노선망, 환승 편의, 마일리지 등 구조적 강점이 작동한 결과로 해석됩니다. 여기에 더해, 만족도를 조금만 더 높여주기 위한 장치들이 작동한다면 '더 높은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숙제도 생겨났습니다. 압도적 자본력이 바탕이 된 덕분도 있지만, 그럼에도 국제적 경쟁사인 에미레이트항공은 7개 평가 항목 모두에서 1위를 차지하며 격차를 벌렸습니다. 특히 기내 환경·시설과 비행서비스(정시 출·도착, 이착륙 탑승감 등)에서 크게 앞섰습니다.
업계에서는 올해 항공사 경쟁이 '가격'보다 '운항 안정성'과 '경험 품질'로 더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여객이 늘수록 지연과 혼잡도 함께 늘고, 그 부담은 곧바로 고객의 체감으로 이어집니다.
대한항공이 일본항공을 제치고 3위를 지킨 것은 분명 높은 성적표입니다. 이제 관건은 그 성적표를 '상위권 유지'가 아니라 '격차 축소'로 바꿔내는 것입니다.
한편 대한항공은 체감만족도 경쟁의 초점이 기내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을 의식해 여러 조치에 나섰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좌석입니다. 대한항공은 보잉 777-300ER 일부 기재에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을 새로 도입하는 개조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첫 개조 기재는 2025년 하반기부터 순차 투입할 예정입니다.
장거리 노선에서 만족도를 가르는 기준이 이코노미와 비즈니스 사이 구간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판단이 반영됐습니다.
공항에서의 이용 경험 개선에도 힘을 싣고 있습니다. 인천공항 제2터미널 라운지를 단계적으로 정비하며, 간편 조리 서비스와 휴식 공간을 강화하는 등 이용 편의를 높이는 방향으로 운영을 바꾸고 있습니다. 여객이 늘수록 탑승 전후의 대기 시간이 길어지는 만큼, 출발 전 체감 부담을 줄이려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아시아나항공와의 통합 과정도 변수로 꼽힙니다. 2026년 1월부터 인천공항 제2터미널로 이전한 아시아나는 대한항공과 같은 터미널에서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이에 따라 서비스 기준과 운영 절차를 맞추는 작업이 현장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습니다. 일부 기재의 좌석 교체 등 이용자가 직접 체감할 수 있는 변화도 병행되고 있어, 향후 만족도는 투자 규모뿐 아니라 통합 과정의 안정성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