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1월 19일(월)

"반려동물 잃은 슬픔, 형제·자매 떠나보낸 것보다 견디기 힘들어"

반려동물을 잃은 슬픔이 부모나 형제자매를 떠나보낸 고통보다 더 클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반려동물 사별 고통이 인간 사별보다 더 심각할 수 있다는 과학적 근거가 처음으로 제시된 것입니다.


지난 14일(현지 시각) 아일랜드 메이누스대학교 필립 하일랜드 교수 연구팀은 국제 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발표한 연구에서 영국 성인 975명을 대상으로 사별 경험을 분석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연구 결과, 반려동물과 인간 모두를 잃어본 경험이 있는 사람 중 21%가 반려동물의 죽음이 더 견디기 힘들었다고 응답했습니다.


조사 대상자 거의 전원이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경험했다고 답했으며, 32.6%는 반려동물의 죽음을 겪었다고 밝혔습니다. 이들 중 21.0%는 반려동물의 죽음을 가장 고통스러운 사별 경험으로 꼽았습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반려동물을 잃은 사람 중 약 7.5%가 '지속성 애도 장애'의 임상 기준을 충족했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가까운 친구나 일부 가족 구성원을 잃었을 때 나타나는 비율과 유사한 수준입니다. 지속성 애도 장애는 일상 기능에 뚜렷한 장애가 생길 정도로 사별 후 극심한 고통이 12개월 이상 지속되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연구팀은 반려동물을 잃은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지속성 애도 장애를 겪을 확률이 27% 더 높다고 밝혔습니다. 전체 지속성 애도 장애 사례 중 8.1%가 반려동물 상실로 인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수치는 부모를 잃었을 때(31%)와 형제자매를 잃었을 때(21%) 사이에 해당하며, 가까운 친구나 다른 가족 구성원을 잃었을 때보다 높은 수준입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연구진은 "중요한 것은 '누가 죽었는가'가 아니라, 죽은 사람 또는 동물과 맺었던 관계의 질과 그 관계의 의미"라고 설명했습니다.


반려동물 사별이 더 큰 고통을 주는 이유 중 하나는 사회적 지지 부족입니다. 연구진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잃은 사람들은 주변의 이해를 충분히 받지 못한 채 힘든 시기를 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연구 참여자 중 다수는 자신의 감정을 털어놓는 데 부끄러움과 수치를 느낀다고 답했으며, 이는 고립을 초래하고 상실을 제대로 받아들이는 과정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고 연구진은 분석했습니다.


반려동물의 죽음에는 인간 사별과 다른 특유의 어려움도 따릅니다. 보호자가 안락사 결정에 관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어떤 이들에게는 마지막 순간까지 곁을 지켰다는 위안이 되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큰 트라우마가 되기도 합니다. 특히 결정 과정에서 배제됐다고 느끼거나, 너무 이른 선택을 했다는 불안이 남을 경우 고통은 더 커집니다.


현재 지속성 애도 장애 진단은 인간의 사망을 겪은 경우에만 적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사별 대상이 사람이든 반려동물이든 지속성 애도 장애 증상이 나타나는 방식에 측정 가능한 차이가 없음이 확인되었습니다.


다만 이번 연구는 사회·문화적 환경이 다른 영국인을 대상으로 한 만큼, 국내 상황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