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전례 없는 상황이 자연계에 예상치 못한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미국 연구진이 발표한 놀라운 연구 결과에 따르면, 단 몇 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새의 부리 모양이 변화하는 초고속 진화가 관찰되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로스앤젤레스 캠퍼스(UCLA) 연구팀은 지난달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게재한 논문을 통해 이같은 연구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지난 13일(현지 시간) 미국 CNN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연구진은 2018년부터 대학 캠퍼스 내에서 개별 표식을 부착해 추적 관찰해온 검은눈준코(Junco hyemalis, 참새목 일종)를 대상으로 장기간 연구를 수행했습니다.
연구 초기 캠퍼스에 서식하던 이들 새는 짧고 두꺼운 형태의 부리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2020년 3월부터 2021년 9월까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캠퍼스 봉쇄 조치가 시행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인간 활동이 급격히 줄어든 환경에서 부화한 새끼 새들의 부리가 긴 모양으로 변화한 것입니다. 이는 인근 야생 지역에 서식하는 동일 종의 부리 형태와 유사한 모습이었습니다.
연구진은 이러한 변화의 원인을 캠퍼스 내 음식물 쓰레기 감소로 분석했습니다. 학생들과 교직원들의 활동이 중단되면서 버려지는 음식물이 줄어들었고, 새들은 자연 환경에서 먹이를 찾는 데 유리한 긴 부리 형태로 적응한 것입니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봉쇄 조치가 해제되고 인간 활동이 재개된 후의 변화입니다. 이들 새의 부리는 다시 도시 환경에 적합한 짧고 두꺼운 형태로 빠르게 되돌아갔습니다.
연구팀은 이번 발견이 인간이 동물에게 미치는 영향의 속도와 규모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라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인간과 서식지를 공유하는 다른 종들의 삶이 의도치 않게 어떻게 변화할 수 있는지를 명확히 드러낸 연구로 평가됩니다.
일반적으로 생물학적 진화는 수십 년에서 수백 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인간 활동의 변화가 불과 몇 년 만에 동물의 신체적 특성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보여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