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가스절연개폐장치(GIS) 입찰 담합이 낙찰가를 끌어올려 한국전력(한전)의 구매비용을 높이고, 전기요금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법원은 효성중공업 상무와 HD현대일렉트릭 부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지난 12일 서울중앙지법 남세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를 받는 효성중공업 상무 최모씨와 HD현대일렉트릭(현대일렉트릭) 부장 정모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법원은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나희석 부장검사)는 이들이 2015년부터 2022년까지 한국전력공사가 진행한 GIS 구매 입찰에서 사전에 물량을 나누기로 합의한 뒤, 정해진 순서대로 낙찰받는 방식의 담합에 관여했다고 보고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검찰이 문제 삼은 입찰은 일반경쟁과 지역 제한 방식이 함께 포함됐고, 규모는 약 6700억원대로 적시됐습니다.
GIS는 발전소나 변전소에 설치되는 장치입니다. 과도한 전류가 흐를 때 이를 빠르게 차단해 전력 설비를 보호하는 기능을 합니다. 검찰은 담합으로 GIS 낙찰가가 올라 한전 부담이 커지고, 그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고 봤습니다.
앞서 사건을 조사한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사건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391억원을 부과하고, 효성중공업 등 6개 사업자를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공정위가 법 위반 사업자로 적시한 곳은 효성중공업, LS일렉트릭, HD현대일렉트릭, 일진전기, 동남, 디투엔지니어링, 서전기전, 인텍전기전자, 제룡전기, 한국중전기사업협동조합 등 10곳입니다. 공정위는 이 가운데 효성중공업, LS일렉트릭, HD현대일렉트릭, 일진전기, 제룡전기, 한국중전기사업협동조합을 고발 대상에 포함했습니다.
공정위 조사 기준으로 담합이 적용된 건은 한전의 170kV급 GIS 일반경쟁입찰 134건으로 파악됐습니다.
대기업·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이 사전에 물량 배분 비율을 정하고, 그 비율에 맞춰 낙찰을 나눠 가진 방식입니다. 공정위는 담합 기간 평균 낙찰률이 96.2%에 달했음을 확인했습니다. 합의가 종료된 뒤 진행된 입찰의 평균 낙찰률은 73.6%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물량 배분 방식도 고정돼 있지 않았습니다. 공정위는 대기업군과 중소기업군이 처음에는 87대 13 비율로 물량을 나눴다가, 이후 중소기업 참여가 늘면서 60대 40, 55대 45로 비율이 바뀌었다고 봤습니다.
연락과 조율은 각 기업이 한꺼번에 모이는 방식이 아니라, 이른바 '총무' 역할을 맡은 창구를 통해 이뤄졌다는 게 공정위 설명입니다. 대기업군에서는 LS일렉트릭 또는 일진전기가, 중소기업군에서는 한국중전기사업협동조합이 중간에서 조율 역할을 맡았고, 2018년 6월 이후에는 조합이 '조합 대행' 형태로 입찰에 참여하면서 담합 실행의 중심축이 됐다는 설명입니다.
검찰 수사는 신병 확보로 속도를 내는 모습입니다. 검찰은 담합 과정에서 기획과 조율을 담당하는 등 '총무' 역할을 한 혐의를 받는 LS일렉트릭 전 실장 송모씨와 일진전기 고문 노모씨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습니다. 이번에는 효성중공업과 HD현대일렉트릭 쪽 실무 책임자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수사가 윗선과 조직 전반으로 더 넓어질지 주목됩니다.
한편 검찰은 2025년 10월 관련 업체들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며 수사를 본격화했습니다.
한전은 담합에 가담한 것으로 지목된 업체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전은 내부적으로 손해액을 1688억원 규모로 추산했지만 법원 감정 등 입증 절차가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해, 우선 30억원대 청구로 소송을 시작한 뒤 청구액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