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1월 12일(월)

금융사고 액수 커지고 신뢰, 흔들... 정진완 우리은행 2년 차의 시험대

최근 금융사고 소식이 잇따르면서, 은행에 돈을 맡기는 시민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습니다. 은행들의 수익이 늘어나는 흐름 속에서 '신뢰도'도 함께 오르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선뜻 답하기 어렵습니다. 


이 물음표는 단순한 두려움은 아닙니다. 숫자로 인해 나타납니다. 2025년 한 해 5대 은행이 공시한 10억원 이상 금융사고는 26건으로 전년(2024년)보다 10건 늘었고, 사고 규모는 2265억원대로 1년 새 58.9% 커졌습니다.


이 통계가 보여주는 건 단순히 '사고가 늘었다'는 사실이 아닙니다. 사고 수법이 정교해지면서 통제의 난도가 높아졌고, 사고의 무대가 국내를 넘어 해외 법인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 같은 기간 해외 법인에서 발생한 사고 금액이 전체의 절반을 넘겼다는 집계도 나왔습니다. 내부통제를 아무리 조여도, 통제해야 할 영역 자체가 넓어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인사이트


우리은행은 이 흐름의 한가운데에 서 있습니다. 2025년 우리은행의 공시 기준 금융사고는 3건으로, 건수만 놓고 보면 폭증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규모는 달랐습니다. 


사고 금액은 1119억 2950만원으로 전년(380억85만원) 대비 3배 가까이 불어났습니다. 특히 3건 중 2건이 인도네시아 법인에서 발생했고, 두 건의 규모는 무려 1095억670만원에 달했습니다. 국내 영업현장에서의 통제 강화만으로는 '은행 전체 리스크'를 덮기 어렵다는 점이 숫자로 드러난 대목입니다.


이 대목은 정진완 우리은행장에게 더 민감하게 읽힙니다. 정 행장은 2024년 12월 31일 취임 직후 '신뢰'를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외형 성장보다 내실을 강조하며, 내부통제를 형식이 아니라 실효로 바꾸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정 행장 취임 이후 우리은행은 지점장의 금고 관리 참여를 제도화하고, 사고 취약 유형을 데이터로 축적해 이상 거래를 탐지하는 시스템을 가동하는 등 예방 중심의 통제 장치를 확충해 왔습니다. 영업현장에는 내부통제 인력을 층층이 배치해 '현장 통제의 구멍'을 줄이겠다는 구상도 내놨습니다. 시재 관리를 자동화하는 장비를 확대 도입하며, 수작업 중심 관리 체계를 디지털로 바꾸는 시도도 이어졌습니다.


그럼에도 두려움은 남습니다. 내부통제의 성패는 '장치의 유무'가 아니라 '작동 범위'에서 갈리는 탓입니다. 국내 영업점에서의 통제를 촘촘히 만드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해외 자회사, 현지 인력, 현지 거래 관행, 본점과 해외법인 사이의 관리 체계까지 하나의 통제 체계로 묶어내지 못하면 사고는 '같은' 규모로 반복될 수 있습니다. 


정진완 우리은행장 / 뉴스1


특히 해외는 한 번 사고가 발생했을 때 금액이 크고, 보다 더 불어날 가능성까지 있어 어려운 문제입니다. 사후 수습보다 사전 차단과 현지 통제가 핵심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입니다.


환경도 바뀌었습니다. 금융당국이 경영진의 내부통제 책임을 더 분명하게 묻는 방향으로 제도를 강화하면서, '해외에서 난 사고'라는 이유로 책임의 쉽게 넘어가기 어렵게 됐습니다. 내부통제는 더 이상 준법 부서만의 일이 아니라, 경영의 핵심 지표로 취급되는 분위기입니다. 정 행장이 2년 차에 '통제 범위의 확장'이라는 과제를 피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실적'까지 신경써야 하는 입장에서 아무래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은행은 2025년 3분기 누적 순이익이 2조 288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해 4대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역성장을 기록했습니다.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이 모두 3조원대 순이익을 낸 것과 대비됩니다. 


우리금융은 선제적 충당금 적립 등 보수적 리스크 반영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하지만, 시장이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지는 실적에 나타나 있습니다. 실적 격차가 벌어지는 것은 우리은행 입장에서는 뼈아픈 일입니다.  '연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정 행장 입장에서도 뼈아픈 일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결국 정 행장의 2년 차는 두 개의 숙제를 동시에 풀어야 하는 국면입니다. 하나는 내부통제의 무대를 국내에서 해외까지 넓혀 '통합형 통제'로 바꾸는 일입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인사이트


다른 하나는 실적 회복을 통해 경쟁 은행과의 격차를 줄이는 일입니다. 신뢰는 숫자로 증명돼야 하고, 실적은 신뢰 위에서만 지속될 수 있습니다. 


최근 금융사고 통계가 던진 물음표를 지우는 방식은 결국 하나입니다. 통제의 범위를 넓히되, 그 통제가 영업의 속도를 꺾지 않도록 만드는 것. 2년 차 정진완 체제의 성패는 그 균형에서 갈릴 가능성이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