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경험해봤을 법한 상황이 있습니다. 평소처럼 대화를 나누다가 '산책'이나 '간식'이라는 단어만 언급해도 반려견이 즉시 반응하는 모습을 보며, 과연 우리 강아지가 사람 말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 걸까 궁금해한 적 말입니다.
이런 의문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공개되었습니다. 일부 영리한 개들은 별도의 훈련 없이도 주인의 대화를 엿듣고 단어를 학습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최근 헝가리 외트뵈시 로란드 대학(ELTE)과 오스트리아 빈 수의과대학 공동 연구팀이 과학 학술지를 통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특정 개들은 생후 18개월 된 아기가 단어를 엿듣고 배우는 것과 비슷한 학습 능력을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연구진은 보더콜리와 래브라도 리트리버 등 다양한 견종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핵심은 개들이 직접적인 보상이나 명령 없이도 새로운 단어를 습득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었습니다.
실험은 두 가지 방식으로 설계되었습니다. 첫 번째는 '직접 학습' 방식으로, 주인이 개와 마주보며 새로운 장난감의 이름을 반복적으로 불러주며 관심을 유도하는 방법이었습니다.
두 번째이자 이번 연구의 핵심인 '엿듣기' 방식에서는 개를 완전한 관찰자 위치에 두었습니다.
개가 지켜보는 가운데 두 명의 실험자가 서로 대화하며 새로운 장난감을 주고받았고,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장난감 이름을 언급했습니다.
실험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참여한 10마리 중 7마리가 두 실험 조건 모두에서 새로운 장난감 이름을 정확하게 학습했습니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개들의 수행 정확도가 직접 지시받은 조건에서 80%, 엿들은 조건에서 100%로 거의 유사하게 나타났다는 것입니다.
연구팀은 이 통계적 차이가 미미하며, 두 결과 사이에 비슷한 수준의 숙련도를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이러한 능력이 모든 개에게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며, 일부 개들에게만 한정된 특별한 능력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연구팀은 "이 개들이 18~23개월 영유아 수준의 단어 학습 능력을 지녔으며, 이는 제삼자 간 상호작용을 엿들으며 새로운 이름을 학습할 수 있는 존재가 인간만은 아님을 보여준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언어적 인지 능력의 기원을 규명하는 데 있어 중요한 통찰을 제공할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반려견의 지능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높을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평소 반려견 앞에서 나누는 대화가 단순히 흘러가는 소음이 아니라, 실제로 학습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반려인들에게는 새로운 관점을 제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