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1월 10일(토)

전 세계 주목받는 'CES 2026'서 HD현대 극찬한 젠슨 황... 정기선 웃게 한 말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6'에는 아예 참가하지 않은 한국 기업이 있습니다. 전시장에 부스를 차리지도, 신기술을 직접 선보이지도 않았지만, 글로벌 빅테크 최고경영자들의 입에서 이름이 반복해 언급되며 뜻밖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미래 먹거리를 위해 분주히 움직여 왔던 이 기업은, 예상하지 못한 순간 세계 산업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됐습니다. 그 주인공은 정기선 회장이 이끄는 HD현대입니다.


지난 6일(한국 시간)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롤란트 부시 지멘스 CEO는 CES 2026 기조연설 이후 진행된 대담에서 HD현대의 조선소를 산업용 인공지능(AI)과 디지털 트윈의 대표적인 구현 사례로 직접 언급했습니다. 두 CEO는 AI가 개념과 실험 단계를 넘어, 실제 산업 현장을 재구성하는 단계에 들어섰다고 평가했습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 / 뉴스1


지멘스의 부시 CEO는 "AI는 과거 전기가 산업을 바꿨던 것처럼 물리적 시스템 전체를 다시 설계하고 있다"며 "AI가 실험실을 벗어나 실제 자산과 결합하는 순간 산업의 성격 자체가 달라진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 같은 변화가 가장 분명하게 드러난 사례로 HD현대의 조선소를 꼽았습니다.


엔비디아의 황 CEO 역시 HD현대 사례를 두고 "디지털 트윈의 완성형에 가까운 구현"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선박 전체를 디지털 트윈으로 구현했고, 선체 구조뿐 아니라 볼트와 너트 하나하나까지 모두 가상 공간에 반영돼 있다"며 "실제 선박 크기 그대로를 디지털 공간에 옮긴 사례"라고 설명했습니다.


지멘스와 엔비디아가 주목한 HD현대의 디지털 트윈은 단순한 설계 시각화 수준을 넘어섭니다. 선체 구조와 전자·전기 시스템, 배선, 공정 흐름, 작업자 동선까지 하나의 가상 공간에 통합해 실제와 구분하기 어려운 수준의 디지털 복제를 구현했습니다. 이를 통해 설계 단계에서부터 생산과 운영까지 모든 변수를 사전에 검증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는 평가입니다.


부시 CEO는 조선 산업의 특수성을 짚었습니다. 그는 "조선은 표준화된 대량 생산이 아니라 선박마다 조건이 모두 다른 산업"이라며 "실제 건조에 들어가기 전 디지털 환경에서 최적화를 끝내지 않으면 효율과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HD현대의 디지털 트윈은 이 같은 구조적 한계를 넘어서는 해법으로 제시됐습니다.


황 CEO는 디지털 트윈의 다음 단계로 'AI 물리(AI Physics)'를 언급했습니다. 그는 "앞으로는 디지털 트윈 선박을 가상의 바다에 띄워 실제처럼 운항하는 시뮬레이션까지 가능해질 것"이라며 "물리 현상을 AI로 예측·모사해 기존 시뮬레이션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수많은 시나리오를 검증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정기선 HD현대그룹 회장 / 사진제공=HD현대그룹


대담의 화제는 조선소를 넘어 제조업 전반으로 확장됐습니다. 


황 CEO는 "미래의 공장은 하나의 거대한 로봇이 될 것"이라며 "로봇이 로봇을 만들고, AI가 공장 전체를 조율하는 시대가 온다"고 내다봤습니다. 부시 CEO 역시 "AI는 이제 문제를 보고하는 도구가 아니라, 예측하고 행동하는 산업 인프라로 진화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HD현대 사례는 향후 반도체 공장과 AI 데이터센터, 대형 산업 설비로까지 확장 가능한 모델로도 제시됐습니다. 설계와 시뮬레이션, GPU 가속을 서로의 개발과 생산 과정에 적용하며 성능을 다시 끌어올리는 선순환 구조가 가능하다는 설명입니다.


이 같은 극찬에 관심히 특히 더 많이 이유는 뭘까요. 


이는 HD현대가 단기간 성과보다 장기 전략에 방점을 두고 디지털 전환을 추진해 왔다는 점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전세계 조선업의 선두를 달리는 HD현대는 그 자리에 머물지 않고, 조선업을 단순 제조업이 아닌 디지털·AI 기반 산업으로 재정의하고, 설계·생산·운영 전 과정을 하나의 데이터 체계로 묶는 방향을 일관되게 추진해 왔습니다.


뉴스1


이 흐름은 자연스럽게 정기선 회장의 전략과 맞닿습니다. 정 회장은 조선·에너지·인프라 사업 전반에서 디지털 기술을 미래 경쟁력의 핵심 축으로 설정하고, 스마트 조선소와 디지털 트윈을 중장기 성장 전략의 중심에 두고 있습니다. 


CES 무대에 직접 서지 않았던 HD현대가 글로벌 빅테크 CEO들의 입을 통해 조명받은 배경에는, 이 같은 장기적 준비가 깔려 있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