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1월 09일(금)

미래에셋 2세, 보직 이동... "향후 사외이사로서 투자·전략 담당하기 위한 과정"

미래에셋금융그룹 박현주 회장의 장남 박준범 씨가 미래에셋증권 자기자본투자(PI) 부문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시장에서는 그룹의 '2세 승계'와 관련한 해석이 다시 제기되고 있습니다. 


미래에셋은 그동안 "2세의 직접 경영은 없다"는 원칙을 여러 차례 밝혀 왔지만, 회사 자기자본을 운용하는 핵심 투자 조직에 오너 2세가 배치되면서 역할과 권한의 범위를 둘러싼 시각 차가 나타나는 모습입니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박 씨는 미래에셋벤처투자에서 선임 심사역으로 근무하다 최근 인사를 통해 미래에셋증권 PI 부문 선임매니저로 이동했습니다. 1993년생인 박 씨는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뒤 2020년 넷마블에서 프로젝트 매니저로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2022년 미래에셋벤처투자에 입사해 비상장·벤처 투자 심사 업무를 맡아 왔습니다.


사진=인사이트


이번 인사를 둘러싼 논의의 핵심은 'PI' 조직의 성격입니다. PI는 증권사가 고객 자금이 아닌 회사 자기자본으로 투자하는 부문으로, 투자 성과가 회사 재무에 직접 반영됩니다. 


이 때문에 투자 의사결정 구조와 내부통제 체계가 상대적으로 엄격하게 작동해야 한다는 요구가 따릅니다. 업계에서는 박 씨가 벤처·비상장 투자 심사 경험을 바탕으로 PI 부문에서 딜 소싱, 기업가치 평가, 투자 집행 이후 관리 등 실무를 담당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이 대목에서 미래에셋이 강조해 온 '전문경영' 원칙과 다소간 괴리감이 발생합니다. 회사 측은 박 씨의 합류를 "혁신기업 투자 역량 강화를 위한 인력 보강"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PI 투자 과정에서 어느 단계까지 관여하는지가 관건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PI 투자의 최종 승인 구조, 투자심의위원회 운영 방식, 선임매니저의 권한 범위가 명확히 제시되지 않으면 이번 인사를 단순한 실무 배치로 볼지, 경영 수업의 일환으로 볼지에 대한 판단이 엇갈릴 수밖에 없다는 분석입니다.


지배구조 측면에서도 복잡한 해석이 제기됩니다. 미래에셋금융그룹은 비상장사 '미래에셋컨설팅'을 중심으로 주요 금융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박 씨 역시 미래에셋컨설팅 지분을 가족들과 함께 보유하고 있습니다.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 / 뉴스1


박 회장이 "2세 경영은 없다"고 선을 그어 왔더라도, 오너 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상태에서 핵심 계열사의 투자 조직으로 이동한 점은 향후 이사회 참여나 지배구조 변화 가능성과 함께 해석될 여지를 남깁니다.


이와 관련해 회사가 설명해야 할 쟁점은 비교적 분명합니다. 


첫째, 박 씨가 PI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서 맡는 역할의 범위입니다. 실무 차원의 분석과 관리에 국한되는지, 투자심의 과정에 참여하는지, 의결권이 있는지 여부가 핵심입니다. 


둘째, '이해상충 차단 장치'입니다. PI는 비상장 투자와 접점이 있는 만큼 벤처 투자 조직과의 정보 교류 제한, 후속 투자 검토 절차, 내부정보 접근 통제, 관련자 거래 제한 기준 등이 어떻게 설정돼 있는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합니다. 


셋째, 미래에셋이 언급해 온 "자녀는 이사회에서 역할"이라는 방침이 구체적으로 어느 계열사의 이사회를 의미하는지, 참여 기준과 절차는 무엇인지도 시장의 관심사입니다.


미래에셋증권 사옥 / 사진=미래에셋증권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혁신기업 장기투자 벤처심사역 경력이 PI 주식투자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미래에셋은 전문경영인 체제로, 자녀들은 이사회에서 역할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인사를 둘러싼 해석을 줄이기 위해서는 "승계와 무관하다"는 원칙을 반복하는 데서 나아가, PI 내 직무 범위와 내부통제 기준을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오너 2세의 배치 자체보다, 그 배치를 규율하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을 때 논란은 반복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