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구진이 30년간 진행한 대규모 연구에서 머리 크기와 교육 수준이 치매 발병 위험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머리둘레가 작고 교육 수준이 낮은 집단의 치매 발병 위험이 최대 4배까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2일(현지 시간)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텍사스 연구팀이 1991년부터 시작된 '수녀 연구(The Nun Study)'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보도했습니다.
연구진은 미국 7개 도시에 거주하는 가톨릭 수녀 678명을 대상으로 건강 기록과 사후 뇌 부검 결과를 종합 분석했습니다.
연구 대상자들은 75세부터 102세까지의 고령층으로 평균 연령은 83세였습니다. 연구진은 수녀들이 동일한 수도회에 소속되어 주거 환경, 소득 수준, 식단, 의료 서비스 접근성이 유사하고 음주와 흡연을 하지 않는 등 생활 패턴의 차이가 최소화된 점에 주목했습니다.
연구 초기 실시된 인지 검사에서 참가자 118명(17%)이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 증상을 보였으며, 80명은 치매 진단 기준에 해당했습니다.
연구 시작 20년 후까지 추적 관찰된 334명 중 39%가 중증 인지 장애를 경험하고 있었습니다.
분석 결과, 머리둘레가 작으면서 동시에 교육 수준이 낮은 참가자들의 치매 진단 가능성이 4배 높게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머리 크기나 교육 수준 중 한 가지 요인만 해당하는 경우에는 치매 위험 증가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습니다.
치매를 앓고 있는 참가자들은 뇌의 기억 중추 역할을 하는 해마(hippocampus) 크기도 상대적으로 작은 특징을 보였습니다.
연구진은 머리와 뇌 크기가 작을수록 뇌세포의 절대적 수량이 부족해 노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상이나 치매 전 단계 변화에 대한 대응 능력이 제한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반대로 머리둘레가 큰 경우는 뇌 크기도 함께 크다는 의미로, 더 많은 뇌세포와 신경 연결망을 보유한 '인지 예비력'을 제공합니다. 이는 나이가 들어 일부 뇌세포가 손상되더라도 정상적인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입니다.
교육 수준 역시 인지 예비력 향상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학습 활동은 뇌세포 간 연결을 강화시키며, 균형 잡힌 식습관과 운동, 금연 등 건강한 생활 방식을 유지할 확률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연구진은 특히 머리 성장의 약 90%가 만 6세 이전에 완성되고, 뇌는 생후 1년 만에 성인 크기의 75%에 도달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는 치매 예방이 노년기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유아기부터 전 생애에 걸친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연구팀은 "수녀 연구 결과는 인지 건강과 치매 예방이 평생에 걸친 과제임을 보여준다"며 "증상이 나타난 이후가 아닌 훨씬 이전부터의 환경과 교육이 중요하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