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야권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가 창설한 반부패재단(FBK)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크림반도 초호화 비밀 별장을 공개했습니다.
30일(현지시간) 영국 더타임스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FBK는 보고서를 통해 푸틴 대통령이 9000만 파운드(약 1740억원) 이상의 대규모 리모델링을 거친 별장을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흑해가 내려다보이는 절벽에 자리한 이 부동산에는 개인 의료센터, 헬기 착륙장, 인공 해변, 전용 부두와 함께 노화 방지를 위한 냉동치료 시설까지 설치되어 있습니다.
반부패재단은 "푸틴에게 왜 또 다른 궁전이 필요한가. 한 사람이 도대체 몇 개의 궁전을 가져야 하는가"라며 "지나친 사치에 구역질이 날 정도"라고 비판했습니다.
이 재단은 지난해 2월 수감 중 사망한 나발니가 설립한 단체입니다. 별장 내부에는 종합병원 수준의 수술실이 마련되어 있으며, 독일과 핀란드산 최첨단 의료 장비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특히 영하 110도에 달하는 냉동치료 시설이 주목됩니다.
FBK 관계자는 "주거 공간에 이런 장치를 상시로 설치해 사용하는 인물은 푸틴 대통령뿐"이라며 그가 노화 방지 치료를 받고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푸틴의 침실로 추정되는 공간은 2600제곱피트(약 241㎡·73평) 규모이며, 욕실에는 금도금 자쿠지와 난간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반부패재단은 이 궁전이 원래 친러 성향의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위해 건설되었으나,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이후 푸틴 대통령의 측근에게 소유권이 이전되었고, 이후 푸틴이 사용하게 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크렘린궁은 이번 폭로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발표하지 않았습니다. FBK는 2021년에도 러시아 흑해 연안의 10억달러(1조 4400억원) 규모 '푸틴 궁전'을 폭로해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불러일으킨 바 있습니다. 이후 러시아 정부는 FBK를 '극단주의 단체'로 지정했고, 핵심 인사들은 해외로 망명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번 폭로는 푸틴 대통령의 '불로장생'에 대한 관심과 연결되어 주목받고 있습니다. 지난 9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전승절 행사에서 1952년생으로 만 72세인 푸틴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노화 극복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생중계 음성에 포착되었습니다.
당시 시 주석이 "이제 70세도 어린 나이"라고 말하자, 푸틴 대통령은 "인간의 장기는 계속 이식될 수 있다. 오래 살수록 더 젊어질 수 있고, 불멸에 이를 수도 있다"고 답했습니다.
시 주석은 "이번 세기에 인간이 150세까지 살 수 있을 것"이라며 웃음을 보였습니다. 마이크가 켜진 줄 모르고 나눈 이른바 '핫 마이크' 대화였습니다.
전문가들은 푸틴이 언급한 장기이식이 줄기세포 기반 인공 장기나 이종 장기이식을 염두에 둔 것으로 분석하지만,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장기 전체를 대체하기 어려워 현실적으로 요원하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서방 언론은 FBK의 이번 폭로를 두고 "권력 장기화와 노화에 대한 집착이 결합된 상징적 사례"라며, 러시아 내부에서 다시금 푸틴의 사치와 권력 집중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