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앞바다에서 알록달록한 열대어들이 유영하는 모습이 포착되며 한국 연안의 급속한 아열대화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해수온 상승으로 동남아시아 바다에서나 볼 수 있던 화려한 물고기들이 한반도 전역으로 북상하면서 전통 어종들의 설 자리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최근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해양수산부 산하 국립수산과학원이 올해 4월부터 11월까지 부산 기장군 연안에서 실시한 '아열대 어종 어획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어획된 212종의 어류 중 151종이 아열대종으로 확인되어 전체의 71%를 차지했습니다. 이는 15년 전과 비교해 급격한 변화입니다.
국립수산과학원이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진행한 조사에서는 총 78종 중 44종이 아열대종으로 56%의 비중을 보였으나, 현재는 70%를 넘어서며 바다 생태계의 주류로 자리잡았습니다.
한국해양자료센터(KODC) 장기 수온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4년 부산 기장 연안의 평균 수온은 2000년 대비 약 1.2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올해 11월까지의 평균 온도도 0.6도가량 올라 해수온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변화는 부산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산하 국립생물자원관이 작년 울릉도 연안에서 조사한 결과, 직접 관찰된 어종 131종 중 열대성 어류가 37.7%, 아열대성 어류가 20.8%를 차지해 절반 이상이 열대·아열대성 어류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새로운 어종의 유입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작년 조사에서 아열대 해역 분포 미기록 어종 8종이 발견된 데 이어, 올해도 7종이 추가로 확인되며 아열대 어종의 지속적인 북상이 입증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가 반가운 소식만은 아닙니다.
전통적으로 한반도 주변에서 서식하던 어종들이 다른 해역으로 이동하면서 우리 밥상에서 친숙한 생선들을 찾기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명태, 오징어, 갈치 등은 이미 우리나라에서 거의 잡히지 않고 있으며, 최근에는 고등어, 조기 등의 어획량도 감소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해양 생태계 변화를 일상에서도 체감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대체 어종의 정착도 불확실합니다. 2000년대 이후 수온 상승으로 어획량이 늘었던 방어의 경우, 올해 겨울철 수온이 평년보다 높게 유지되면서 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방어는 10~18도 사이의 중간 수온을 선호하는 회유성 어종으로, 겨울철 해수면 온도가 낮아져야 연안으로 모여들어 어획량이 증가하는 특성을 보입니다.
수산업 전반의 위기도 심화되고 있습니다. 환경부(현 기후에너지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대(2020~2023년) 우리나라 연근해 어업 생산량은 평균 93만톤으로 1980년대 151만톤 대비 60% 수준까지 감소했습니다.
양식업도 안전지대가 아닙니다. 올해 경남 남해안 일대에서는 기온 상승으로 인한 적조 현상이 발생해 양식 어류 281만마리가 폐사하는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전망도 밝지 않습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2100년 기준 우리나라 해역 3km 내 표층 수온이 현재보다 평균 4도가량 상승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며, 특히 동해는 최대 5도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최용석 국립수산과학원장은 "기후변화로 근해와 더불어 최근 연안 생태계의 구조가 변화하고 있다"며 "기후위기 대응 아열대화 진단 및 예측 기술 개발 연구 수행을 통해 수산자원 예측 역량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