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청교육대 피해자가 퇴소 후 자살한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1심과 2심에서 인과관계를 부인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결론입니다.
지난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는 삼청교육대 피해자 A씨 유족 4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환송했습니다. 노경필 대법관이 주심을 맡은 재판부의 이번 결정으로 사건은 서울고등법원으로 되돌아가게 됐습니다.
통신케이블공으로 근무하던 A씨는 1980년 8월 부산에서 경찰에 연행된 후 육군 부대에서 삼청교육대 순화교육을 받았습니다.
A씨는 같은 해 10월경 퇴소한 직후 병원 진료를 받기 시작했고, 12월에는 정신분열증 진단을 받았습니다.
당시 병원이 발급한 소견서에는 A씨가 '환청·환시 등으로 충동적, 공격적 행동과 사고의 장애 등 정신분열증 증세로 입원 치료 중에 있고, 향후 장기간 치료를 요할 것으로 사료된다'는 내용이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A씨는 이후 수년간 정신분열증 치료를 지속했으나, 1986년 요양원에 입원 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대법원은 "A씨가 삼청교육대 입소 이전에는 직장을 다니며 정상적인 사회활동을 했고, 건강상태도 비교적 양호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퇴소 직후부터 자살까지 5년 6개월간 정신질환에 시달렸으며, 여러 차례 치료에도 불구하고 호전되지 못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대법원은 "민사 분쟁에서의 인과관계는 의학적·자연과학적 인과관계가 아니라 사회적·법적 인과관계"라고 강조했습니다. 재판부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국가의 불법행위로 정신질환이 발생하고 심신상실이나 정신착란 상태에서 자살에 이르렀다고 추단할 수 있다면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는 국가의 불법행위로 발병한 정신질환과 자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거나 논리와 경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 한계를 벗어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파기환송 이유를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