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의 현대차와 기아가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4년 연속 세계 3위 판매 실적을 달성하며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갔습니다.
두 브랜드의 올해 합산 판매량이 3년 연속 700만 대를 넘어서면서, 하이브리드 중심의 포트폴리오 전략이 성공적으로 작동했음을 보여줬습니다.
올해 양사의 판매 전략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전략적 유연성입니다.
전기차 시장의 일시적 수요 정체 현상에 맞서 하이브리드 차량 생산 비중을 작년 대비 약 25% 늘리며 시장 변화에 발빠르게 적응했습니다.
그 결과, 11월까지 집계된 누적 판매량은 약 670만 5000대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0.7% 증가한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의 성과가 눈에 띕니다. 시장조사업체 콕스오토모티브에 따르면 현대차(제네시스 포함)와 기아의 올해 미국 판매량은 184만 3640대로 추산됩니다. 전년(170만 8294대)보다 7.9% 늘어난 수치입니다.
판매 증가의 일등 공신은 하이브리드카였습니다. 현대차·기아는 2021년부터 투싼과 싼타페, 팰리세이드 등 '인기 SUV'에 하이브리드카 모델을 대거 투입했습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을 틈타 연비 효율이 높은 차를 찾는 소비자를 집중 공략한 것인데, 이 전략은 적중했습니다.
미국의 전체 하이브리드카 판매량이 2020년 45만 7000대에서 지난해 172만 9000대로 네 배 가까이 뛰었고, 현대차의 올해 1~10월 하이브리드카 판매량도 25만 7340대로, 이미 지난해 연간 판매량(22만 2486대)을 훌쩍 뛰어넘었습니다.
SUV 라인업 확대도 한몫했습니다. 2019년 5.8%에 그치던 현대차·기아의 미국 내 중대형 SUV 점유율은 올해 15.2%로 치솟았습니다.
업계에서는 올해 4월부터 부과한 수입차 관세에도 현대차그룹이 차값을 올리지 않은 것 역시 잠유율 확대에 도움이 됐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국내 시장의 경우 높은 금리와 소비 위축 영향으로 전체적으로 보합세를 나타냈지만, 아이오닉 9과 EV3 같은 새로운 전기차 모델과 싼타페, 쏘렌토 등 주력 SUV의 하이브리드 버전이 판매 실적을 떠받치는 역할을 했습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기아의 2026년은 단순한 자동차 제조업체에서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변화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전환이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현대차는 2026년까지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적용한 신차들을 대량 출시하여 기술 기업으로서의 역량을 증명할 예정입니다.
동시에 인도 푸네 신공장 운영 개시와 미국 조지아주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생산 효율성 극대화를 통해 글로벌 관세 위험에 적극 대응할 계획입니다.
아반떼와 투싼의 완전변경 모델, 기아 셀토스 하이브리드 등 신차 라인업도 대기 중입니다.
결국 2026년은 현대차그룹이 단순한 판매량 수치를 넘어, 하이브리드의 수익성과 SDV의 기술력을 결합해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판도를 주도하는 '퍼스트 무버'로서의 지위를 굳히는 결정적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