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70조원 규모 HD현대를 이끄는 정기선 회장에게 하루는 항상 부족합니다. 해외 계약과 국내 생산, 안전과 납기, 계열사 투자 판단까지 동시에 쥐어야 하는 시기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그런 가운데, 며칠 전 울산에서 젊은 직원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눈 정 회장의 모습이 업계에서 뒤늦게 주목받고 있습니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현장을 찾아 구성원들과 손을 맞댄 장면은 리더의 무게를 다시 보여준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정 회장은 지난 23일 울산 HD현대중공업 인재교육원에서 기업문화 개선 아이디어 공유회 하이파이브 데이를 열고, 정 회장이 2030세대 직원들과 의견을 나눴습니다.
이날 행사에는 HD한국조선해양, HD현대중공업, HD현대건설기계, HD현대일렉트릭 등 계열사의 체인지 에이전트 97명을 포함해 170여 명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행사를 살펴보면 '형식'이 가장 눈에 띕니다. 본사 회의실에서 보고를 받는 방식이 아니라, 그룹의 생산 기반인 울산 현장에서 직접 질의와 토론을 이어갔습니다. 간담회는 현장 개선 사례 공유와 자유 질의응답으로 나뉘어 약 4시간 진행됐으며, 조직문화의 강점과 개선점, 일 잘하는 직원의 기준 등 현실적인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정 회장은 구성원들에게 입사 후 가장 성장했다고 느낀 순간, 주도적으로 도전하려면 무엇이 중요한지 등을 물으며 의견을 듣는 데 시간을 썼습니다. 말하기보다 '경청'했습니다.
정 회장은 "HD현대의 힘이 실행력과 추진력에 있다"고 강조하면서도 "여기에 서로의 이야기를 듣는 소통이 더해져야 조직문화가 한 단계 올라갈 수 있다"라는 자신만의 확고한 믿음을 구성원들에게 전달했습니다. 속도와 마찰을 함께 겪는 현장에서 최고경영자가 직접 '경청'을 강조한 장면은 구성원들에게 전달하는 메시지가 분명했습니다.
이 행사가 6일이 지난 지금 이 시점, 주목을 받는 이유는 '시간'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회장이 현장에서 4시간을 구성원들과 함께했다는 점은 선명한 시그널로 읽히기에 충분합니다. 리더가 구성원을 위해 할애한 시간은 조직이 가장 빠르게 체감합니다.
가장 바쁜 사람은 '가장 중요한 곳'에 시간을 먼저 쓰기 마련인데, 정 회장의 행보는 정 회장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보여줬다는 반응이 재계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울산에서 구성원들과 나눈 '하이파이브'가 2026년의 HD현대에게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주목됩니다.
한편 회사 측에 따르면 정 회장은 가장 높은 자리에 오른 뒤 오히려 더 생산 현장과 임직원을 직접 찾아 소통하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11월 청주 HD현대일렉트릭 배전캠퍼스 건설 현장과 충북 음성 HD현대에너지솔루션·HD현대건설기계 사업장을 찾았으며, 이달에는 HD현대 글로벌R&D센터에서 임직원들과 김장 나눔 봉사 활동에 참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