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주간을 앞두고, 국내 바이오 업계의 출장길이 분주해지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발표 무대보다 '미팅 테이블'에서 SK그룹·롯데그룹 오너 3세들의 존재감이 더 또렷해지는 모습입니다.
이 오너 3세들은 각 그룹에서 바이오 부문을 맡고 있다는 점에 더해 '성장'이라는 단어가 포함된 직책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공통점입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지주 부사장 겸 롯데바이오로직스 각자 대표는 행사 기간 현지에서 글로벌 제약사와 투자기관 등을 상대로 실무 미팅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공식 발표는 하지 않지만, 'JPM 위크'로 불리는 행사 주간에 잠재 고객사, 파트너사와 논의를 릴레이로 진행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신 부사장은 박제임스 롯데바이오로직스 사장과 동행해 현장을 누빌 것으로 알려집니다. 롯데는 최근 신 부사장을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로 내정하고 각자 대표 체제로 전환하는 등, 바이오 사업 의사결정 라인을 정비해 왔습니다. 오너 3세가 직접 해외 '딜 현장'에 들어가 고객사 접점을 넓히려는 의지가 엿보입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장녀인 최윤정 SK바이오팜 전략본부장도 샌프란시스코 출장길에 오를 것으로 전해집니다. SK바이오팜 역시 별도 공식 발표는 없지만, 파트너링과 투자자 미팅이 몰리는 행사 주간에 관계사들과 협의 일정을 소화하는 방향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SK바이오팜은 이달 초 조직개편을 통해 최 본부장을 전략본부장으로 선임했습니다. 신설된 전략본부는 전사 중장기 전략 수립, 사업 포트폴리오 관리, 글로벌 성장 전략 추진, 신사업 검토 등 핵심 의사결정 기능을 묶은 조직입니다. 회사가 ‘미래 전략 추진 속도’를 내세운 만큼, 이번 출장에서 어떤 의제를 들고 투자자와 파트너들을 만나는지가 관심사입니다.
행사 기간 샌프란시스코 일대에서는 공식 콘퍼런스 외에도 기업 간 파트너링, 투자 유치 쇼케이스, 비상장 스타트업 네트워킹이 연쇄적으로 열립니다.
업계에서는 이 촘촘한 일정표가 오히려 '승계의 성적표'를 만드는 무대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계약 한 줄, 공동개발 한 건, 고객사 미팅의 후속 일정 하나가 내년 사업계획과 중장기 투자 스토리를 좌우할 수 있는 만큼, 이번 JPM 주간에서 한국 바이오 기업의 세대교체 신호를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신유열 신 부사장은 롯데바이오로직스 각자 대표 역할은 물론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을 겸하며 그룹 차원의 글로벌 사업, 신사업 전략을 맡고 있습니다. 이번 JP모건 주간 출장은 그 연장선에서 '현장형' 역할을 더 분명히 보여주는 장면이 될 수 있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2017년 SK바이오팜에 합류한 최 전략본부장은 바이오 전공 이력(시카고대 생물학 학사·스탠퍼드 생명정보학 석사)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JPM 등 해외 사업 현장을 꾸준히 챙겨온 것으로 알려집니다.
이에 더해 지주사 SK㈜의 성장지원 담당도 겸직하고 있어, 이번 주간 미팅은 계열사 전략과 그룹 성장전략이 어디에서 맞물리는지 가늠하는 자리로도 읽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