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5일(목)

"한국을 친가족으로 생각... 그 품에 가고 싶다" 파병 북한군 포로 2명, 첫 자필 편지 공개

러시아에 파병됐다가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된 북한군 포로 2명이 대한민국 귀순 의사를 담은 자필 편지를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지난 24일 겨레얼통일연대는 이들의 자필 편지를 공개하며, 북한군 포로들이 직접 한국행 의지를 표명한 첫 번째 문서라고 밝혔습니다.


20대인 이들 북한군 포로는 지난해 10~11월 러시아 쿠르스크로 파병된 후 올해 1월 우크라이나군에 의해 생포됐습니다.


장세율 겨레얼통일연대 대표는 "분쟁지역 전문 언론인을 통해 최근 두 사람이 작성한 자필 편지를 전달받았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군 포로 리모씨 /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텔레그램 채널


편지에서 북한군 포로들은 "한국에 계시는 분들을 친부모, 친형제로 생각하고 그 품속으로 가기로 마음먹었다"고 적었습니다. 이들은 또한 "한국 분들의 응원을 받으며 새로운 꿈과 포부가 싹트기 시작했습니다"라며 "한국에서 만날 그날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우크라이나 수용소에서"라고 썼습니다.


국내 탈북민단체들은 지난 10월 북한군 포로들과 접견한 언론인을 통해 응원 영상과 자필 편지, 북한 음식 등을 전달했습니다.


탈북민 수십 명이 보낸 편지에는 "서울에 오면 엄마도 누나도 돼주겠다", "우리가 뒤에 있으니 어떻게든 살 궁리해라" 등의 내용이 담겼다고 합니다.


북한군 청년들은 탈북민들의 응원 편지를 받은 직후 바로 자필 편지를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북한군 포로들은 응원 편지를 보낸 국내 탈북민들에게 "우리를 친아들, 친형제로 대해주시는 여러분의 마음을 충분히 느꼈다"며 "이 비극이 새로운 생의 시작이라 생각하며 응원해 주셔서 감사드린다"고 표현했습니다.


X 'ZelenskyyUa'


장세율 대표는 "북한군 포로들이 직접 쓴 편지가 맞다"며 "두 청년은 대한민국으로 귀순할 의사를 명확히 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장 대표는 이날 외교부를 방문해 이들의 귀순 의사를 전달했으며, 외교부로부터 노력하고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이들 북한군 포로는 이전에도 여러 차례 한국 귀순 의사를 표명했습니다. 지난 2월 언론 인터뷰에서 리모(26)씨는 "대한민국에 가고 싶다"고 말했으며,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과의 면담에서도 "한국으로 꼭 가고 싶다"며 귀순 의사를 밝혔습니다.


당시 유 의원이 공개한 녹취에서 이들은 "아마 지금 내가 포로 신세가 돼서 교환을 해가지고 조국에 간다고 하면 부모는 벌써 없을 거예요. 그거 생각하면 하루 종일 기운이 없어요"라고 말했습니다.


탈북 단체들은 이번에 공개된 자필 편지를 두 사람 모두 한국 귀순을 희망하는 '증거'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24일 장세율 탈북민단체 겨레얼통일연대 대표가 공개한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된 북한군 포로 2명이 한국으로의 귀순 의사를 밝히는 친필 편지 / 겨레얼통일연대 제공


지난달 전 세계 약 80개 북한 인권 단체가 참여하는 북한인권민간단체협의회 주최로 '북한군 자유 송환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했으며, 탈북민 출신인 국민의힘 박충권 의원 등은 '북한군 포로 자유 송환 촉구 결의안'을 발의했습니다.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인 북한군 포로에 대해 정부도 이들의 귀순 의사가 확인되면 수용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정부 관계자는 "(한국과 우크라이나) 정부 대 정부 사이의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며 "데려오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포로가 된 지 1년 가까이 됐지만 가시적 성과는 없는 상황입니다.


이들의 송환은 우크라이나 정부에 달렸지만 국제적십자위원회 등 제3의 기구를 통한 본인 의사 확인 절차 등 송환을 위한 작업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외교 소식통은 "미국 정부도 적극적이지 않고, 남북 관계를 개선하려는 이재명 정부 역시 북한의 눈치를 보면서 소극적인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향후 남북 관계 전개 양상에 따라 북한군 병사들이 국제 미아가 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 / 뉴스1


북한은 총 1만 5,000여 명의 병력을 러시아에 파병했습니다. 국가정보원은 국회 정보위에 파병된 북한군 사상자가 전사자 약 600명을 포함해 4700여 명으로 추산된다고 보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