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값이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며 순금 한 돈 100만원 시대가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안전자산에 대한 투자 수요가 급증하면서 금 관련 투자상품에도 자금이 대거 몰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24일 한국금거래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일 기준 국내 금값은 1돈(3.75g) 매입가가 93만 6000원을 기록하며 90만원선을 돌파했습니다. 이는 한 달간 11.3% 상승한 수치로, 올해 들어서는 무려 78.3%나 급등한 것입니다.
금값 상승의 배경에는 미국과 베네수엘라 간 지정학적 긴장감 고조가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국제 정세 불안으로 인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금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났습니다.
여기에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정책과 각국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 확대가 가격 상승을 더욱 부채질했습니다. 이러한 금값 급등세는 금 ETF 시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KRX금현물' ETF는 올해 66.57%의 수익률을 달성했습니다.
개인투자자들은 이 상품에 1조 1440억원을 순매수하며 높은 관심을 보였고, 지난 15일 기준 해당 ETF의 순자산액은 3조 5580억원으로 3조 5000억원을 넘어섰습니다.
국제 금시장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10월 신고가를 기록한 후 잠시 주춤했던 국제 금값은 최근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습니다. 올해 초 대비 69% 이상 오르며 제2차 오일쇼크가 발생했던 1979년 이후 최대 연간 상승폭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금값 상승이 구조적 요인에 기인한다고 분석합니다. 지정학적 갈등과 글로벌 유동성 확대가 맞물리면서 금값 상승을 뒷받침하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것입니다. 특히 각국의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화폐가치가 하락할 경우,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인 금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골드만삭스는 10월 초 발표한 보고서에서 내년 말까지 금값이 23%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이 중 19%는 중앙은행의 매입 수요, 5%는 ETF 투자 수요가 견인할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은 가격 역시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국제 은 현물가는 한국시간 22일 오후 1시 15분 기준 온스당 69.4549달러로 종전 최고치를 경신했으며, 23일 오전 8시 20분에는 69.2275달러에 거래됐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올해 금값과 은값이 이란의 이슬람 혁명으로 유가가 급등했던 1979년 이후 가장 큰 연간 상승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고 보도했습니다. 특히 올해 은값 상승률은 13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