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4일(수)

李정부 '강력' 대응에 고개숙인 메리츠증권... "미국주식 수수료 무료 서비스, 중단"

환율 폭등의 원인을 '서학개미'에 돌리고 있는 금융당국의 움직임에 국내 증권사들이 잔뜩 움츠러드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키움증권이 먼저 백기를 든 데 이어 메리츠증권도 이 거대한 권력 앞에서 허리를 접는 모습입니다. 


24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내년 말까지 진행할 예정이던 미국 주식 수수료 무료 이벤트를 조만간 중단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비대면 전용 계좌인 '슈퍼365(Super365)' 신규 가입자에게 적용되던 미국 주식 거래 수수료 0% 정책이 다음 달 중 종료될 예정입니다.


메리츠증권은 내부 약관 정비를 마친 뒤 연초 특정 시점을 기준으로, 이후 개설되는 신규 계좌에 한해 수수료 무료 혜택을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다만 기존 가입자에 대해서는 현재 제공 중인 혜택이 그대로 유지될 예정입니다.


이재명 대통령 / 뉴스1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11월 국내 주식은 물론 미국 주식 거래 수수료와 달러 환전 수수료까지 전면 무료화하겠다고 발표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고객이 부담해야 할 수수료를 사실상 모두 없앤 것은 업계 최초로, 당시 서학개미 유치 경쟁이 정점에 달했던 시기였습니다.


이번 조기 종료 결정은 최근 금융당국의 기조 변화와 맞물려 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금융당국은 고환율의 주요 배경 중 하나로 개인 투자자들의 해외 투자 확대를 지목하며, '투자자 보호'를 명분으로 해외 주식 마케팅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당국은 이달 3일부터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을 시작으로 해외 고위험 상품 거래 비중이 큰 대형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를 대상으로 현장 점검에 착수했습니다. 이어 지난 18일에는 미래에셋증권과 메리츠증권, 키움증권, 토스증권 대표들을 소집해 간담회를 열었고, 이후 업계 전반에 해외 투자 신규 마케팅 자제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키움증권도 전날 미국 주식 관련 텔레그램 채널인 '키움증권 미국주식 톡톡'을 잠정 중단한다고 공지했습니다.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모이던 정보 창구마저 닫히면서, 증권업계의 해외 주식 영업 환경은 빠르게 위축되는 양상입니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해외 주식 관련 수수료 인하나 공격적인 마케팅이 사실상 어려워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고환율과 외환시장 불안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당국의 시선이 완화되기 전까지는 증권사들이 몸을 낮출 수밖에 없다는 분석입니다.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