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4일(수)

AI를 '쓰는' 회사에서 '스며드는' 조직으로... 넥스트증권의 이색 실험

증권사 사무실에서 흔히 보이는 풍경이 있습니다. 모니터 한쪽에는 뉴스가 켜져 있지만, 눈은 오래 머물지 못합니다. 장 시작 전부터 메신저 알림이 쏟아지고 회의가 이어지다 보면, 정작 중요한 정보는 흘려보내기 일쑤입니다. 넥스트증권이 임직원 아이디어로 내놓은 '사내 AI 오디오 스테이션'은 바로 이 지점을 겨냥했습니다.


지난 22일 넥스트증권은 임직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NEXT 2025 아이디어톤'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고 밝혔습니다.


아이디어톤은 '아이디어'와 '마라톤'을 결합한 행사로, 일정 기간 하나의 주제를 놓고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실제 결과물까지 만들어내는 내부 경진대회입니다. 넥스트증권은 AI 기술을 업무 현장에 직접 적용해, 눈에 보이는 변화를 만들자는 취지로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아이디어톤의 특징은 참여 문턱을 낮췄다는 점입니다. 직무나 소속에 관계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했고, 개발 경험이 없는 직원도 개발자와 팀을 이뤄 아이디어를 구현할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회사는 이를 통해 'AI를 쓰는 증권사'가 아니라 '업무에 AI가 스며드는 증권사'에 대한 내부 공감대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습니다.


과제 설정 방식도 위에서 내려오는 형태가 아니었습니다. 임직원 각자가 업무 중 느꼈던 불편을 출발점으로 삼아 아이디어를 제안했고, 공감대가 형성된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팀이 꾸려졌습니다. 직급이나 부서를 따로 나누지 않고 협업이 이뤄졌다는 점도 회사가 강조한 부분입니다.


아이디어 제안부터 최종 발표까지는 약 2주간 진행됐습니다. 예선에서는 실현 가능성을 중심으로 아이디어를 다듬었고, 본선에 오른 팀들은 AI 모델 검토와 데이터 구조 설계, 사용자 시나리오 구체화를 거쳐 실제 작동하는 시제품까지 구현했습니다. 회사는 비개발 직군과 개발 직군이 역할을 나눠 아이디어를 결과물로 연결한 점을 이번 행사의 성과로 꼽았습니다.


대상은 '넥스트증권 임직원을 위한 사내 AI 오디오 스테이션' 아이디어가 차지했습니다. 임직원이 바쁜 업무 중에도 업계 뉴스를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로, AI 활용도와 업무 몰입도를 함께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설명입니다.


수상팀은 심사위원 평가 50%와 사내 구성원 실시간 투표 50%를 합산해 선정됐습니다. 회사는 현장 공감과 완성도를 동시에 반영하기 위한 방식이라고 밝혔습니다.


사진제공=넥스트증권


이 밖에도 사내 인사 관련 문서를 검색하고 업무를 돕는 'AI 기반 HR 어시스턴트', 회의 내용을 정리해 주는 'AI 회의 네비게이터', 개인 업무 스타일에 맞춘 '초개인화 AI 에이전트' 등 실무에 바로 쓸 수 있는 아이디어들이 본상에 올랐습니다. 이들 아이디어는 향후 검토를 거쳐 실제 업무 시스템에 단계적으로 반영될 예정입니다.


한편 넥스트증권은 파생상품 중개를 기반으로 성장해 온 증권사로, 최근에는 AI와 콘텐츠를 결합한 금융 플랫폼과 차세대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앞세워 사업 방향을 재정비하고 있습니다. 


김승연 대표는 2024년 10월 취임 이후 플랫폼 중심 전략을 내세웠고, 회사는 2025년 단독 대표 체제로 전환해 MTS 고도화와 리테일 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올해 10월에는 미국 증권사 시버트 파이낸셜과 전략적 협약을 맺는 등 해외 진출 구상도 함께 추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