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3일(화)

"환율 폭등 범인 낙인찍혀"... 구독자 1위 '키움 미국주식' 텔레그램 채널, 폐쇄

환율이 치솟자 '책임'은 해외로 향한 자금 흐름에 꽂혔고, 이 책임의 화살은 이른바 서학개미, 즉 해외주식 투자로 옮겨가는 분위기입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서학개미들의 성지로 통하던 정보 창구 하나가 뜻하지 않게 문을 닫습니다. 정부의 칼날을 의식한 증권사들이 한발 물러서는 장면이, 이제 본격적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이 증권사의 해외주식 영업 실태 점검을 서면 확인에서 현장 조사로 전환하며 압박 수위를 높인 가운데, 증권사 텔레그램 채널 가운데 구독자 1위를 기록해 온 키움증권의 미국주식 채널이 폐쇄됩니다. 


당국의 마케팅 자제 기조가 단순한 이벤트 중단을 넘어,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찾던 정보 채널의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서울 여의도 키움증권 사옥 / 뉴스1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최근 텔레그램 채널 '키움증권 미국주식 톡톡'을 통해 채널 운영 종료를 공지했습니다. 종료 시점은 오는 26일 금요일입니다. 해당 채널은 2018년 9월 개설돼 약 7년간 운영된 키움증권의 대표적인 해외주식 정보 채널입니다.


이 채널은 서학개미들 사이에서 사실상 필수 구독 채널로 통했습니다. 텔레그램 채널 분석 서비스 텔레모아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구독자는 3만 6910명으로, 국내 증권사가 운영하는 전체 텔레그램 채널 가운데 가장 많습니다. 2위인 하나증권 리서치 채널(중국·신흥국 전략, 약 2만 9천명)과 3위인 신한투자증권 글로벌 전략 채널(약 2만 6천명)보 규모가 훨씬 큽니다. 키움증권 공식 리서치센터 채널(약 1만 8천명)과 비교해도 구독자 수는 두 배 이상입니다.


채널 폐쇄 결정은 최근 금감원의 기조 변화와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금감원은 최근 증권사들의 해외주식 마케팅이 과도하다고 보고 제동을 걸어왔습니다. 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MTS)이나 SNS를 통한 정보 제공이 투자 판단을 자극하는 게이미피케이션 요소나 무분별한 투자 권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금감원은 현금성 이벤트 중단을 요구한 데 이어, 키움증권과 토스증권 등 주요 플랫폼 증권사를 대상으로 수시 검사에 착수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에게 발송되는 알림이나 정보성 메시지가 사실상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됐는지 여부도 점검 대상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수만 명의 개인투자자가 모여 있는 정보 채널 자체가 불완전 판매나 과당 경쟁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는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된 이미지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구독자가 수만 명에 이르는 채널은 콘텐츠 내용과 무관하게 그 자체로 '영업 행위'를 한다고 공격당할까 걱정할 것"이라며 "당국이 어떤 논리를 갖고 지적할지 모르니 스스로 꼬리를 내리고, 결국 그 피해는 투자자에게 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현재 증권업계 전반에서는 해외주식 관련 이벤트를 조기 종료하거나, 내년도 마케팅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환율 급등 국면에서 해외주식 투자 확대가 외환 시장 불안의 한 요인으로 지목되자, 증권사들이 리스크 관리에 나서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환율 불안 국면에서 해외주식 관련 영업이 '나쁜 기업 활동'으로 낙인 찍히는 분위기"라며 "정보 전달임에도 '마케팅'이라는 공격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업계로서는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수밖에 없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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