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포털 다음(Daum)을 매각합니다. 한때 국내 인터넷 지형을 이끌었던 1세대 포털이 카카오 품을 떠나게 되면서, 업계의 시선은 인수 주체로 거론되는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에 쏠리고 있습니다.
기업가치 약 7900억원으로 평가받는 AI 기업과 다음의 결합이 현실화할 경우, 국내 IT 산업에서도 상징성이 적지 않은 거래가 될 전망입니다.
23일 IT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다음을 운영하는 100% 자회사 AXZ를 포괄적 주식 교환 방식으로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업계 안팎에서는 업스테이지가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되며, 협상이 상당 부분 진전됐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사실상 논의를 마무리하고 발표 시점을 조율하는 단계"라는 말도 나옵니다.
AXZ는 카카오의 완전자회사이지만, 서비스 운영은 독립적으로 이뤄져 왔습니다. 다음의 뉴스·검색·쇼핑·카페·메일 서비스와 블로그 플랫폼 '티스토리' 운영을 담당합니다. 이번 거래가 성사될 경우 카카오는 2014년 다음커뮤니케이션을 흡수합병한 이후 11년 만에 다음과 완전히 결별하게 됩니다.
업계에서는 이번 거래를 'AI 스타트업과 포털의 결합'이라는 점에서 주목하고 있습니다. 업스테이지는 자체 거대언어모델(LLM) '솔라'를 보유하고 있지만, 이를 대규모로 적용할 응용 서비스 기반은 제한적이었습니다.
다음의 검색·카페·티스토리 등 서비스는 수십 년간 축적된 이용자 데이터와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어, AI 학습과 서비스 고도화에 활용 가치가 크다는 평가입니다.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확산과 기업 규모 확대 측면에서도 시너지가 기대됩니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수가 성사될 경우 업스테이지가 단기간에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유니콘' 반열에 오를 수 있고, 이르면 내년 말로 거론되는 기업공개(IPO)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카카오가 AXZ 매각을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을 사실상 마무리했다는 점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싣습니다. 카카오는 지난 5월 포털 다음을 담당하던 콘텐츠 CIC를 물적 분할해 '다음준비신설법인'을 설립했고, 이후 법인명을 AXZ로 변경했습니다. 이달 1일에는 포털 다음 서비스 일체를 AXZ로 양도했습니다.
다음의 시장 위상은 과거와 비교하면 크게 낮아진 상태입니다. 웹로그 분석 사이트 인터넷트렌드에 따르면 올해 다음의 국내 검색 점유율은 2.95%에 그쳤습니다. 다음 등을 포함한 카카오의 포털 비즈니스 매출도 2020년 4779억원, 2021년 4925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2년 4241억원, 2023년 3443억원, 지난해 3320억원으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AXZ 매각은 카카오의 전반적인 사업 재편 흐름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카카오는 지난해 정신아 대표 취임 이후 AI와 카카오톡을 핵심 축으로 삼고, 비핵심 계열사 정리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카카오 그룹 계열사 수는 정 대표 취임 당시인 지난해 3월 132개에서 지난달 98개로 줄었습니다. 정 대표는 지난 10월 주주서한을 통해 연내 계열사 수를 약 80개 수준으로 축소하겠다는 계획도 밝힌 바 있습니다.
다음 매각은 카카오의 선택과 집중 전략을 상징하는 사건이자, AI 중심으로 재편되는 국내 IT 산업의 단면을 보여주는 장면으로 평가됩니다. 업계에서는 이번 거래가 성사될 경우, 포털과 AI의 결합이 어떤 성과로 이어질지에 관심을 두고 지켜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