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언 당일, 정진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계엄 발동을 강력히 만류했지만 윤 전 대통령이 이를 거부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정 전 실장은 2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 사건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밝혔습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 3일 오후 9시 50분께 박종준 전 경호처장을 통해 비상계엄 소식을 처음 접했다고 증언했습니다.
그는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대면해 "비상계엄을 발동하면 안 됩니다.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올 겁니다. 국민들을 설득하기가 어렵습니다"라며 계엄 발동을 막으려 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나는 결심이 섰으니 실장님은 더 이상 나서지 마십시오. 더 이상 설득하지 마십시오"라고 답하며 정 전 실장의 만류를 일축했다고 합니다.
정 전 실장은 당시 상황에 대해 "이 전 장관을 포함한 국무위원들이 윤 전 대통령을 말렸다"며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제외하고 모든 장관이 계엄 조치를 만류하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정 전 실장은 대통령 집무실에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직접 대면해 강하게 항의했다고 증언했습니다.
그는 "김 전 장관에게 역사에 책임질 수 있냐고 언성을 높였다"며 "그러자 김 전 장관은 '해야지요'라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같은 날 증인으로 출석한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도 유사한 증언을 했습니다. 신 전 실장은 비상계엄 당일 오후 10시께 "정 전 실장이 말렸고, 저와 수석들도 말렸는데 (윤 전) 대통령께서 거절하고 내려갔다"고 말했습니다.
신 전 실장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실망감도 드러냈습니다.
그는 "지난해 3월 안가 모임 때도 대통령께 (계엄을) 분명히 반대한다고 말했다"며 "그게 대통령과 경호처장이 술 먹는 과정에서 좀 일시적으로 나온 얘기라고 양해 말씀을 하셨기 때문에 믿었다. 그런데 실제로 계엄이 일어나 크게 실망했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오는 23일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 등을 증인으로 소환해 증인신문을 계속 진행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