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2일(월)

뱃속 아기 '무뇌증' 진단에도 포기 않고 출산한 부부... '장기기증'해 다른 아이 생명 살렸다

미국에서 무뇌증 진단을 받은 태아를 끝까지 품고 출산한 후 장기 기증으로 다른 생명을 구한 부부의 감동적인 사연이 전해졌습니다. 


의학 드라마에서 본 이야기에 영감을 받아 내린 이들의 결정은 생명의 소중함과 나눔의 가치를 다시 한번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극히 드문 확률의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은 부부의 선택이 많은 이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지난 16일(현지 시간) FOX 13 보도에 따르면, 앤드류 포드와 캐서린 모닝웨이 부부는 지난 7월 임신 14주 차 초음파 검사에서 딸 헤이븐이 무뇌증이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FOX13(HCA 플로리다 브랜든 병원)


무뇌증은 태아의 뇌가 완전히 발달하지 못하는 선천적 희귀 질환으로, 생존이 불가능해 대부분의 산모들이 임신 중절을 선택하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이 부부는 전혀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캐서린이 미국 의학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에서 본 장기 기증 이야기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드라마 속 주인공들이 유전 질환을 가진 태아를 중절하는 대신 출산 후 다른 아기들에게 장기를 기증하는 모습을 본 것입니다.


이에 영감을 받은 캐서린은 헤이븐을 끝까지 품고 출산해 장기 이식을 하겠다는 결심을 굳혔습니다. 한 생명이 다른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믿음이 이들 부부를 움직인 것입니다.


세상에 태어난 헤이븐은 며칠간 부모의 품에서 시간을 보낸 후 장기를 기증하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FOX13(HCA 플로리다 브랜든 병원)


헤이븐의 심장 판막은 다른 아기들의 생존을 돕기 위해 기증됐으며, 나머지 장기들도 중증 환자들에게 기증될 예정입니다.


포드는 헤이븐이 자신의 가슴에 누워 평온하게 세상을 떠났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비록 우리 아이와 함께한 시간은 아주 짧았지만, 그 어떤 순간과도 바꾸고 싶지 않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부부가 딸에게 지어준 '헤이븐'이라는 이름에도 특별한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플로리다 '윈터 헤이븐'을 지나던 중 떠올린 이 이름은 '안전한 항구'이자 '어둠 속의 빛'을 의미합니다.


짧은 생을 살며 다른 생명들에게 희망을 선사한 헤이븐의 삶을 상징하는 이름입니다.


HCA 플로리다 브랜든 병원 측은 헤이븐과 부부에게 경의를 표하며 "생명이 간절한 다른 누군가에게 장기를 기증하겠다는 단 하나의 목표로 아이를 만삭까지 품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정말 놀라운 부부입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FOX13(HCA 플로리다 브랜든 병원)


부부는 "헤이븐의 심장은 헤이븐이 구한 사람들의 삶 속에서 계속해서 뛸 것입니다"라고 전했습니다. 죽음 너머에서도 계속되는 생명의 순환에 대한 이들의 믿음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말입니다.


한편, 미국 국립보건원에 따르면 미국 내 임신 사례 중 약 0.1% 확률로 무뇌증이 발생하며, 무뇌증 아이를 만삭까지 품는 경우는 0.01%에 불과합니다. 이는 1만 건 중 1건에도 못 미치는 극히 드문 상황으로, 이 부부의 선택이 얼마나 특별한 것인지를 보여줍니다. 


이번 사례는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희망을 찾아내는 인간의 숭고한 면모를 보여주었습니다. 한 생명의 짧은 여정이 여러 생명에게 새로운 시작을 선사한 것입니다. 헤이븐의 이야기는 생명의 존귀함과 나눔의 가치를 다시 한번 깨닫게 해주는 소중한 메시지로 깊은 감동을 전하고 있습니다.